2개 이상 혈자리에 침 놓은 뒤 전류 흘려 보내
한의학에서 불면증 치료를 위해 주로 사용하는 전침(電鍼)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규명됐다. 전침 치료는 2개 이상의 혈자리에 침을 놓은 뒤 약한 전류를 통과시켜 침 자극과 함께 전기적 자극을 줘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이준환 한국한의학연구원 임상의학부 박사 연구팀이 국내 4개 한의과대 부속 한방병원과 임상 연구를 통해 불면증에 대한 전침 치료 효과를 규명했다.
불면증은 가장 흔한 수면장애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연간 60만명(2019년 기준)이 넘고 매년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연구에는 3개월 이상 불면으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은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전침 치료군, 가짜 전침 치료군, 일상 관리군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전침 치료군은 백회ㆍ인당ㆍ신문ㆍ내관 등 불면증 치료와 관련 있는 10개 혈자리에 4주간 10회 치료를, 대조군은 동일한 개수의 비혈자리 부위에 가짜 전침 자극을 줬으며 일상 관리군은 침 치료 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변화를 살펴봤다.
연구팀은 각 집단에 대해 연구시작 시점, 치료 2주 후, 치료 종료 시점에 불면증 정도에 대한 평가를 시행했다. 치료 종료 4주 및 8주 후 추적 관찰을 통해 효과의 지속성 및 안전성 근거도 마련했다.
평가에서는 불면증 정도를 판단하는데 사용되는 △불면증 심각도(Insomnia Severity IndexㆍISI) △수면의 질 △불안ㆍ우울 척도 등의 지수를 활용했다.
그 결과, 전침 치료군의 ISI 점수가 치료 전 19.02점에서 치료 종료 후 10.13점까지 개선됐다.
점수가 높아질수록 불면증 정도가 심함을 뜻하는 ISI지수는 0~7점은 정상으로, 8~14점은 가벼운 임상적 불면(역치하 단계), 15~21점은 중등도 임상적 불면, 22~28점은 심한 임상적 불면상태로 분류된다.
특히 치료 종료 4주 및 8주 후 추적 관찰 시 점수가 각 8.60점과 8.02점으로 개선 효과가 지속됐다. 이는 각 점수가 11.28점과 10.38점인 가짜 전침군의 결과에 비해 유의미한 호전이다.
또한 피츠버그 수면 질 지수, 총 수면시간에서도 호전을 보였으며 수면 효율의 경우 전침 치료군의 개선 정도(8.2%p)가 가짜 전침군(4.3%p)보다 1.9배가량 높아졌다.
이와 함께 불안(HADS-A)과 우울(HADS-D) 척도도 개선됐으며 치료 종료 시점뿐만 아니라 치료 종료 두 달 후까지 개선 효과가 지속됐다.
연구 결과는 지난해 12월 국제 저명학술지인 ‘Nature and Science of Sleep’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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