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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은 뒷전? '덮어 놓고 퍼주기' 공약, 여야도 진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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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은 뒷전? '덮어 놓고 퍼주기' 공약, 여야도 진영도 없다

입력
2021.02.09 07: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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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선 선심성 공약 과열 양상


두 달 앞으로 다가온 4·7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들의 선심성 지원 공약 대결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모든 시민에게 스마트워치를 나눠 주겠다는 약속부터, 최고 억대의 이자혜택을 지원하겠다는 파격 공약까지 쏟아지고 있다. ‘덮어 놓고 퍼주기’란 비판에 여야가 모두 자유롭지 않다. ‘진보는 보편지원, 보수는 선별지원’이란 진영 논리도 허물어졌다. 장차 시민의 몫으로 돌아올 세금 부담은 가려진 채, 눈앞의 혜택만 부각되는 ‘포퓰리즘 선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박영선(왼쪽부터)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박영선(왼쪽부터)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재명 비판하던 野후보까지 “나도 지원”

퍼주기 논란에 불을 붙인 건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다. 나 전 의원은 지난 5일 “역세권과 대학가를 중심으로 평당 1,000만원 수준의 토지임대부주택을 매년 1만호씩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곳에 입주할 청년ㆍ신혼부부ㆍ출산 가구에게는 연 3%의 대출 이자를 3년 간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대출 상한액은 청년이 3억원, 신혼부부와 출산가구는 5억원으로, 최장 9년 간 이자 지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최대 1억1,700만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맹비난하던 야권 후보가 1억원이 넘는 지원 혜택을 내걸자 여야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8일 CBS 라디오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국가로부터 아무런 근거 없이, 이유 없이 마구 국가가 돈을 퍼주는 것을 그렇게 썩 좋아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경선 경쟁자인 오신환 전 의원도 나 전 의원을 향해 “나경영이냐”며 매표성 공약을 남발했던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에 빗댔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 역시 ‘선심성 지원’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박 전 장관도 소상공인ㆍ자영업자를 위한 1조원의 기금을 조성해 최대 2,000만원까지 무이자로 임대료를 빌려주는 방안을 내놨다. 국민의힘 소속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소상공인 분기별 영업손실 100만원 보상을 내걸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직접 양육하는 손자가 1명일 땐 최대 20만원, 2명일 땐 최대 40만원을 주는 '손주돌봄수당'을 제시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5일 국회 소통관에서 '부동산 원더풀 7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5일 국회 소통관에서 '부동산 원더풀 7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재원은요? “얼마 안 들어요”

인구 1,000만명의 대도시 서울에서, 각 후보들이 내놓은 선심성 공약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최소 몇천억대의 재원이 필요하다.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 각 후보들은 전체 서울시 예산이 40조원에 이르는 만큼,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일시에 전부 지급하는 것이 아니고 △계약 방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도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지출 규모가 우려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도 한다.

8세 이상 전 시민 대상 스마트워치 보급을 내건 오 전 시장 측은 “총 5,000억원 안팎이 필요할 것이라 추산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제품을 대량 계약하면 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며 “노인과 취약계층부터 지급할 계획이라 첫해 드는 비용은 200~300억원대 정도 예상한다”고 했다. 나 전 의원 측은 “토지임대부주택에 입주하는 사람이 9년 간 청년ㆍ신혼부부ㆍ출산 가구 대상 지원을 모두 받을 경우 총 규모가 1억원가량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토지임대부주택 입주 문턱 자체가 높고, 이자 지원을 받기 위해 요구되는 연 소득기준을 9년 내내 맞추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실제 1억원대 혜택을 입을 시민은 드물 것이란 얘기다. 이를 두고 “혜택 부풀리기”란 비판이 나온다.

선거 때만 되면 갈수록 늘어나는 선심성 공약이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갈수록 각종 선심성 공약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선거가 되고 있다”며 “후보가 당선됐을 때 정말 실현 가능한 공약인지, 다른 후보 공약에 대한 맞불 성격에 불과한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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