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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2500명, 돈다발 안고 집으로... '고용 빙하기'에 짐 쌀 만큼 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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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2500명, 돈다발 안고 집으로... '고용 빙하기'에 짐 쌀 만큼 두둑?

입력
2021.02.04 21: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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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파격적 퇴직 조건 내걸며 인력감축
젊은 행원들도 퇴직금 챙겨 재취업 시도
오프라인 고객 갈수록 줄어.. 인력 감축 시급

시각물_은행별 전년 대비 희망퇴직 규모

시각물_은행별 전년 대비 희망퇴직 규모


코로나19가 불러온 '역대급' 고용 한파가 지속되고 있지만, 은행권에선 웃으며 짐을 싸는 직원들이 대폭 늘어났다. 적극적으로 인력을 줄이려는 은행들이 퇴직직원에 대한 보상 수준을 유례없이 크게 높였기 때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초 임금피크 전환자와 예정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은 KB국민은행에서 지난달 말 총 800명의 직원이 퇴직했다. 지난해(462명)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보다 1.7배나 많은 규모다. 2018년(407명)이나 2019년(613명)과 비교해도 인원이 크게 늘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총 희망퇴직자 수도 지난해 이맘때(1,750여명)보다 크게 늘어난 2,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례없는 두둑한 퇴직 보상금에 너도나도 탈은행

올해 유난히 은행권 희망퇴직자 수가 늘어난 첫 번째 이유는 은행에서 '보상'을 전례없이 후하게 제시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한 번에 수억원의 목돈을 만들 수 있는 '급여조건'이다. 희망퇴직자에겐 은행별로 최대 35~39개월어치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하고, 이에 더해 격려금과 성과급, 자녀 학자금, 의료비, 재취업 지원금까지 나온다. 만약 지점장급이 희망퇴직을 신청한다면 수억원 대의 목돈이 생기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금으로만 10억원 가까이 챙겨 나가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2019년 시중은행 4곳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퇴직소득이 많은 상위 5명의 평균 수령액은 7억9,800만원(우리)에서 11억8,400만원(하나)까지 기록했다. 지난해 4대 은행 1인당 퇴직금은 평균 4억원이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희망퇴직 대상자에 40대 직원을 포함 시킨 것도 은행권 퇴직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일부 은행들은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40대 초반인 1980년대생도 지원할 수 있게 했다. 비교적 재취업에 용이한 40대 직원들은 은행이 내건 두둑한 희망퇴직금 조건을 보고 적잖이 은행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금융권 근무 경험을 살려 인터넷 은행이나 핀테크 업체에 재취업해 제2의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은행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들은 핀테크 업체에서 대부분 쉽게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며 "금융권 만큼은 아니지만 비교적 높은 연봉도 보장한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점포 찾는 사람 갈수록 줄어...은행 "인력 더 줄여야"

은행들이 직원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오프라인 점포를 찾는 사람이 갈수록 줄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인터넷 뱅킹 이용자 수는 전체의 64.3%에 달했지만, 대면거래를 주로 이용하는 사람의 비중은 7.4%에 불과했다. 특히 인터넷 뱅킹 이용자 수는 빠르게 증가해 1년 사이에 25.5%나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 입장에서는 수십억원의 비용이 들더라도 은행 이용 문화 변화에 발맞춰 점포와 행원 수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내부에선)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선 적체된 인원을 줄여 기술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높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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