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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떨어지니 우비 벗고 엘리베이터 타라한다"...배달기사의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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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떨어지니 우비 벗고 엘리베이터 타라한다"...배달기사의 울분

입력
2021.02.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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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우비 벗어라" "화물용 엘리베이터 타라"
"배달원 주제에...자괴감 들어 한강 가서 울기도"
라이더유니온, 아파트 갑질 사례 36건 인권위 제소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 배달기사들의 오토바이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 배달기사들의 오토바이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 음식 주문량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서울의 한 학원 직원이 배달기사에게 인신공격성 막말을 한 것이 알려지며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배달기사들을 향한 갑질은 도를 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배달기사들이 모여 만든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최근 아파트에서 벌어진 갑질 사례 100여 건을 모아 이 중 36건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이병환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은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파트 배달 관련 갑질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는 "아파트 단지 내 들어가기 전에 입구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눈이 오든 비가 오든 음식만 들고 걸어가는 경우도 있다"면서 "주차장이 별도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차장 출입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택배 오토바이는 단지 내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 그는 "음식 배달만 안 된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제대로 설명해주질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또한 이씨에 따르면 한 아파트에선 승객용과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는데 음식 배달 기사는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화물용 엘리베이터의 경우 음식물 쓰레기가 오르내려 악취가 심하다는 것. 이 때문에 승객용 엘리베이터를 타게 해달라고 사정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이씨는 "도리어 우비를 벗고 엘리베이터를 타라고 하더라"며 "이유는 빗물이 떨어진다고"라며 씁쓸해했다. 이어 그는 "헬멧도 벗고 엘리베이터를 타라고 하지만 왜 그런 것인지 자세한 내용은 말해주지 않는다"면서 "그냥 우리가 느끼기에 위협적(인듯 해서)"이라고 덧붙였다.


"안되면 안되는 이유를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서울 신촌역 인근에서 한 배달기사가 이동하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신촌역 인근에서 한 배달기사가 이동하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씨는 배달을 하면서 서러웠던 상황도 털어놓았다. 그는 "한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애한테 '너도 말을 안 들으면 이 아저씨처럼 평생 배달일 할 수 있어'라고 말하더라"며 "온몸이 흥분이 되고 자괴감이 들고"라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또 다른 사례를 공개하며 "배달원 주제에"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반말하고 욕하고, 그냥 배달이니까"라고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 일을 내가 왜 하나 싶고, 이러면서 내가 해야 되나, 저도 가족이 있으니까"라며 "한강에 가서 몇 번 운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측에서 규정 등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언급했다. 그는 인권위에 아파트 갑질 사례를 제소하는 것을 두고 "저희는 큰 걸 바라지 않는다"면서 "기본적인 규칙들을 저희한테 고지를 해주고 특정한 이유를 알려주고 인간적으로 대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언급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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