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우비 벗어라" "화물용 엘리베이터 타라"
"배달원 주제에...자괴감 들어 한강 가서 울기도"
라이더유니온, 아파트 갑질 사례 36건 인권위 제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 음식 주문량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서울의 한 학원 직원이 배달기사에게 인신공격성 막말을 한 것이 알려지며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배달기사들을 향한 갑질은 도를 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배달기사들이 모여 만든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최근 아파트에서 벌어진 갑질 사례 100여 건을 모아 이 중 36건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이병환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은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파트 배달 관련 갑질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는 "아파트 단지 내 들어가기 전에 입구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눈이 오든 비가 오든 음식만 들고 걸어가는 경우도 있다"면서 "주차장이 별도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차장 출입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택배 오토바이는 단지 내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 그는 "음식 배달만 안 된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제대로 설명해주질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또한 이씨에 따르면 한 아파트에선 승객용과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는데 음식 배달 기사는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화물용 엘리베이터의 경우 음식물 쓰레기가 오르내려 악취가 심하다는 것. 이 때문에 승객용 엘리베이터를 타게 해달라고 사정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이씨는 "도리어 우비를 벗고 엘리베이터를 타라고 하더라"며 "이유는 빗물이 떨어진다고"라며 씁쓸해했다. 이어 그는 "헬멧도 벗고 엘리베이터를 타라고 하지만 왜 그런 것인지 자세한 내용은 말해주지 않는다"면서 "그냥 우리가 느끼기에 위협적(인듯 해서)"이라고 덧붙였다.
"안되면 안되는 이유를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이씨는 배달을 하면서 서러웠던 상황도 털어놓았다. 그는 "한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애한테 '너도 말을 안 들으면 이 아저씨처럼 평생 배달일 할 수 있어'라고 말하더라"며 "온몸이 흥분이 되고 자괴감이 들고"라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또 다른 사례를 공개하며 "배달원 주제에"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반말하고 욕하고, 그냥 배달이니까"라고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 일을 내가 왜 하나 싶고, 이러면서 내가 해야 되나, 저도 가족이 있으니까"라며 "한강에 가서 몇 번 운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측에서 규정 등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언급했다. 그는 인권위에 아파트 갑질 사례를 제소하는 것을 두고 "저희는 큰 걸 바라지 않는다"면서 "기본적인 규칙들을 저희한테 고지를 해주고 특정한 이유를 알려주고 인간적으로 대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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