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치 헬기 나타나자 사격장 진입 시도
주민 5명, 사격장 몰래 들어갔다 쫓겨나
국방부 "전투준비태세 위해 사격했다"
주한미군이 4일 경북 포항 수성사격장에서 '탱크 킬러'로 불리는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을 재개하자, 인근 주민들이 사격장 내부로 진입하거나 가짜 관을 불태우는 등 항의 시위를 벌였다.
포항 수성사격장반대대책위원회(반대위)는 이날 오전 10시 수성사격장 앞에서 주민 약 2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 중단과 사격장 폐쇄를 촉구하는 항의 시위를 가졌다. 집회에는 지역 국회의원인 무소속 김병욱(포항 남구·울릉)의원과 국민의힘 김정재(포항 북구)의원,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해 지역 도의원과 시의원 등도 참여했다.
반대위는 '사망, 죽음'이라는 글자와 국방부장관, 한미연합사령관 직책을 쓴 나무 관을 놓고 2시간 가량 사격훈련 중단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지난 2일에는 두 직책을 쓴 깃발을 태웠다.
김상규 반대위 사무국장은 "국방부가 주민과 협의를 갖겠다 해놓고 일방적으로 사격훈련을 재개했으니 국민과 약속을 내팽개친 국방부장관과 한미연합사령관은 더는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두 직책은 이틀 전 사망해 3일장을 치르는 의미로 이번에는 상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현장에 있던 경찰과 군인, 취재진에게 "사격훈련으로 발생하는 폭음과 진동 피해를 한 번 느껴보라"며 멧돼지를 쫓는 대포 형태의 퇴치기를 설치해 폭발음을 내기도 했다.
이어 주민들은 정오쯤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캐롤에서 출발한 아파치 헬기 4대가 수성사격장에 나타나자 상여를 메고 사격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의 저지로 진입하지 못했다. 또 주민 5명이 집회 시작 전 야산을 타고 사격장 내부로 들어가 시위를 벌였지만, 군인과 경찰에 적발돼 쫓겨 났다.
사격훈련이 시작되자, 주민들은 다시 상여를 짊어지고 사격장 옆 하천으로 내려가 경찰과 대치했다. 다행히 큰 물리적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파치 헬기는 주민 집회에 열린 사격장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상공에서 기관포를 쐈다. 진동은 거의 없었고, 소음만 약하게 들릴 정도였다.
조현측 반대위 위원장은 "주민들이 집회를 하고 취재진이 있으니 소음이 적은 기관포만 쏘고 있다"며 "본격 사격을 재개하면 예전처럼 엄청난 폭음과 진동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격훈련을 지켜 본 주민들은 국방부장관, 연합사령관 직책을 쓴 나무 관에 불을 붙인 뒤 자진 해산했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아파치 헬기 사격과 관련해 지난해 10월부터 주민들과 협의하고자 국방부 차관 등이 수 차례 방문해 대화를 시도했고 계획한 사격을 2회 연기했지만 협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투준비태세 유지를 위한 아파치 헬기 사격을 더는 미룰 수 없어 사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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