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휘 인스턴트 그린 로켓 대표>
"태우는 것보다는 환경에 도움"
무료 로스 원단으로 생산비 낮춰
소재가 제한돼 저절로 한정판
소셜펀딩 목표금액 초과 인기
"뒤죽박죽이 브랜드 정체성"
"소재부터 생산까지 친환경인지 따지면 귀찮고 어렵잖아요. 우리는 버릴 걸 주워다 만드는 옷이니까 쉬워요."
지난달 14일 경기 성남시 사무실에서 만난 신동휘(36) 인스턴트 그린 로켓 대표는 인터뷰 내내 '쉬운 친환경'을 강조했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낯설고 새로운 용어 탓에 친밀감은 높지 않은 편이다.
신 대표는 이 점을 파고 들었다. 버려지는 '로스(loss) 원단'이 재료로 사용되다보니 패스트 패션 브랜드와 견줘도 가격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았다. 저렴한 가격으로 지속 가능한 의류 산업의 새 모델을 만든 셈이다.
로스 원단으로 패스트 패션에 도전
인스턴트 그린 로켓은 지난해 12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첫 선을 보였다. 어차피 태워질 원단으로 번듯한 옷을 만든다는 회사 방침은 금세 사람들 뇌리에 박혔다.
신 대표의 친환경 사업은 8년간 다니던 의류회사를 2018년 그만두면서 시작됐다. 신 대표는 "2016년 미세먼지가 심각해지자 환경에 관심을 갖게 돼 친환경 의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호기로웠다. 의류 브랜드 '랑솜'을 내놓을 때만 해도 사업하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곧바로 큰 장벽에 부딪혔다. 사용할 수 있는 소재가 제한적이었던 탓이다. 친환경 회사들이 자주 쓰는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만 해도 친환경 소재가 맞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자체는 친환경적이라 해도, 이를 세탁하는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오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친환경 소재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따지다 보니 결국 사용할 수 있는 소재는 몇 개 안 남았다"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도 친환경이라는 좋은 취지만으로 밀고 나갈 수 없는 한계였다. 친환경 브랜드는 국내 생산을 원칙으로 하다 보니 생산비용은 높고 가격경쟁력은 떨어진다. 그렇다고 인건비가 낮은 해외에서 생산하자니, 비용은 절감될지 몰라도 운송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친환경 브랜드 옷이 일반 브랜드보다 비싼 이유다.
"버려지는 원단을 없애는 게 친환경"
고민하던 신 대표 눈에 들어온 건 로스 원단이었다. 원단업체들은 공정 중 깎여 나갈 부분이나 불량품을 대비해 주문 받은 수량보다 많은 양을 생산하는데, 이때 창고에 가득 쌓였다가 버려지는 게 로스 원단이다. 땡처리 업체를 통하거나 소각하기 때문에 환경에 치명적이다.
신 대표는 의류회사에 다니던 시절 제조업체로부터 로스 원단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 원단 자체가 친환경적이지 않더라도, 남은 원단들을 태우는 것보단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섰다. 간단한 발상 전환으로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로스 원단을 사용하면서 비용과 가격을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 신 대표는 "옷 단가의 30~40%에 해당하는 원단 값을 대폭 줄이게 돼 웬만한 브랜드와 붙어도 가격 경쟁력이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로스 원단으로 만든 맨투맨은 '의도치 않은 한정판'이 됐다. 여기저기서 얻은 원단으로 만들기 때문에 똑같은 옷을 다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이 점을 활용해 모든 옷에 고유 번호를 부여해 가치를 높였다. 최근 소셜 펀딩으로 생산한 맨투맨 옷도 1번부터 324번까지 라벨이 붙었다.
옷에 덧붙일 라벨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철저하게 친환경 원칙을 고집했다. 라벨에 자수나 패치를 넣고 싶었지만, 그러기 위해선 최소 주문 수량인 500장을 맞춰야 했다. 결국 자수나 패치는 과감히 포기했고, 대신 동대문 시장 등을 돌며 적은 수량도 제작 가능하다.
첫 소셜펀딩에 105% 모금
신 대표의 노력은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봤다. 지난달 11일 마감한 펀딩은 목표금액의 5%를 넘긴 105%를 달성했다. 신 대표는 앞으로도 1년에 두 번 더 펀딩을 진행할 생각이다.
신 대표는 앞으로 '뒤죽박죽'을 회사 정체성으로 삼을 계획이다. 그는 "로스 원단의 특성상 옷 색상이나 소재는 매번 다르겠지만, 규칙 없이 맘대로 섞인 그 색깔 자체를 인스턴트 그린 로켓만의 상징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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