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매도 금지 조치를 5월 초까지 재연장한 것을 두고 대부분의 이해 당사자들이 불만을 표하고 있다. "4월 재보선 표심에 밀려 정부가 정무적 후퇴를 한 셈"이란 평가가 지배적인데 '공매도 완전 폐지'를 바랐던 개인투자자도, '즉시 재개'를 바랐던 외국인도, 글로벌 스탠더드 회복을 주문하던 학계도 모두 비판에 나서는 형국이다.
표심, 정치권에 밀려 또 '연장'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만해도 공매도 금지를 예정대로 3월에 해제할 태세였다. 지난해 3월 코스피가 저점을 찍은 뒤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고, 당시 한국과 함께 공매도 금지에 나섰던 대부분 나라들이 금지 조치를 해제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영국 등은 아예 공매도를 금지하지도 않았다. 현재 공매도 금지를 유지하는 나라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가 재연장 카드를 꺼내들자 금융업계와 학계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여론에 떠밀려 정책의 일관성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시장 불안을 이유로 공매도 금지조치를 연장했던 지난해 여름에도 코스피는 2,300선을 웃돌며 거품 논란이 있었다"며 "당시 정치권에 휘둘렸던 금융당국이 또 한 번 원칙을 무너뜨린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번 조치가 글로벌 투자금의 한국 증시 외면을 부추길 것이란 예상도 있다. 특히 글로벌 투자 자금이 2,000조원대에 이르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 내 한국 비중이 축소되는 등 공매도 금지가 외국계 자금 유출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돼 왔다. 금융위도 이날 "MSCI, FTSE 등 글로벌 지수 산출기관의 국가별 신용등급 평가시 공매도가 중요한 평가요소라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동엽 국민대 재무금융·회계학부 교수는 "외국인 투자자에겐 비이성적으로 느껴질 조치"라며 "공매도가 버블(거품) 억제 등 시장의 효율성을 찾는 데 중요한 수단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번 재연장은)금융시장 건전성 유지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학개미도 "시한부 연장" 반발
반면 '공매도 완전 폐지'를 요구해 온 개인투자자 역시 못마땅하긴 마찬가지다. 금융위는 오는 4월부터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 과징금과 1년 이상 징역형을 부과하는 등 불법 공매도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증권사와 협조해 개인 대주(주식을 빌려주는 것) 시스템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오는 6월까지 통합 개인 대주 시스템을 완비해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는 이번 결정이 사실상 '시한부 연장'인데다, 그 동안 개인투자자가 반발했던 이른바 공매도의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을 위한 대책은 빠졌다고 주장한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벌금과 과태료 외에 10배 이상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실질적인 처벌 조항이 빠졌다"며 "기관 등의 공매도 대차기간 축소 등 근본적으로 개인과의 불공평 상황을 줄일 제도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투자자를 대변하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도 이날 대형주 중심의 공매도 부분 재개 방침을 "선거용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말 시작된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청원합니다'란 청와대 국민청원엔 이날 오후 3시 현재 20만6,000여명이 동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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