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딸에게 가혹행위 부모, 벌금 각각 700만원
"법원 처벌 수위 낮지만, 아이 입장 생각했을 것
집으로 돌아간 뒤 사후 관리 오랫동안 유지돼야"
10대 딸에게 5시간 '원산폭격' 시키는 등 폭행을 일삼은 부모에게 재판부가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해 아동학대 피해자를 외면한 판결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피해자에 대한 부모의 가혹행위에 대해 "고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라고 분석했다.
오 박사는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들 부모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부모가 아이한테 한 것들은 다양한 형태의 가혹행위, 이런 것들을 가정폭력이라고 한다"면서 "조금 수위 높은 표현을 하자면 고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학대가 맞다"고 강조했다.
인천지법 형사2단독 이연진 판사는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40대 이들 부부에게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이들 부부는 2016년부터 4년 넘게 딸에게 원산 폭격 및 7시간 동안 무릎을 꿇게 하고, 온몸을 주먹으로 때리거나 목을 조르는 등 가혹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러한 가혹 행위에 비해 형량이 낮은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다. 오 박사 역시 "처벌 수위가 약하다"면서도 "피해자가 잘못하면 가해자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법원이 고민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오 박사는 "부모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너(피해 아동) 때문에 부모가 이렇게 됐다고 계속 이 아이에 대해 가해자 같은 취급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기니까 아마 법원에서도 아이에 대한 고려를 했던 것 같다"며 "가해자를 두둔했다기보다는 피해자인 아이가 신고한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고민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풀이했다.
"훈육과 학대 구별 못하는 부모들 문제"
피해 아동은 이들 부모를 신고했으며 부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오 박사는 "이들 부모한테 처벌의 수위를 높였다고 과연 바뀔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렇게 아이들 대하는 대부분 부모들은 훈육과 학대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오 박사는 피해 아동이 신고를 한 뒤 보호시설에서 지내다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는 발언에 대해 "조금은 자기가 자신을 지켜 나갈 수 있는 힘도 있다고 본다"면서 "아이는 신고를 함으로써 자기가 어떻게 보면 부모와의 관계에서 정당성에 대한 법적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피해 아동에 대한 사후 관리를 강조했다. 오 박사는 "부모 곁으로 아이를 돌려보내고 나서 그 이후에 철저한 사후에 아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 이 집에서 또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과정이 상당히 오랜 기간 있어야 될 걸로 본다"고 피력했다.
오 박사는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런 일이 회사에서 발생했다고 생각해보면 아랫사람이 일을 잘못해서 가르치려고 원산폭력을 시키고, 옷을 벗겨서 사무실 밖으로 내쫓으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누구나 받아들이지 않는 이 행위를 가장 사랑이 싹트고 가장 안전하고 아이를 인간적으로 존중하는 것을 가장 먼저 배워야 되는 가정 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라며 "이걸 왜 아무렇지 않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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