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홍남기 '정면충돌' 배경엔 "살벌했던" 당정청 회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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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홍남기 '정면충돌' 배경엔 "살벌했던" 당정청 회의 있었다

입력
2021.02.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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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이날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에 대한 영업손실 보상을 병행하는 ‘선별·보편 패키지’ 추진 방침을 공식화하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발한 것이다. 당정은 이미 전날 비공개 당·정·청 회의 때부터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갈등을 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보편+선별’ 4차 지원금 띄우자, 홍남기 “못 받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84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늦지 않게, 충분한 규모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을 편성하겠다”며 “맞춤형 지원과 전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1인 40만원) 때처럼 전 국민에게 위로금을 주는 동시에, 정부의 방역 조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는 영업손실 보상금을 별도로 주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설 연휴 이후쯤 추경 논의에 착수해 3월 중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 규모는 20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연설 직후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국민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을 한꺼번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즉각 제동을 걸었다. 경제 정책과 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 수장이 당 대표의 구상을 공개적으로 반박한 셈이다. 그는 “모든 분께, 가능한 최대한의 지원을 하고 싶지만 여건은 결코 녹록지 않다”며 “재정 운영상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보다 필요한 곳에 지원하는 ‘적재적소’ 가치가 매우 중요하고 기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홍 부총리는 지난 1월 22일에도 정세균 총리가 "한국이 기재부의 나라냐"며 '자영업 손실보상제 법제화'를 검토하라고 지시했을 때도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역시 페이스북 글을 통해 비판한 적 있다.

갈등의 불씨는 1일 당·정·청 회의… “분위기 살벌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부총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뉴스1

갈등은 전날인 1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고위급 당정청 회의에서 이미 불거졌다. 당시 회의에서 당정청은 이 대표의 연설문 초안에 담긴 ‘4차 재난지원금을 준비한다’ 문구에는 별다른 이견 없이 합의했다고 한다. 회의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3차 재난지원금이 빠르게 지급되고 있지만, 계속 이어지는 피해를 막기에는 매우 역부족”이라며 4차 재난지원금 추진 의사를 공식화해서다.

문제는 각론이었다. 민주당은 연설문에 ‘전국민 지원+맞춤형 지원’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방역 조치로 문을 닫은 가게에 대해 손실의 최대 70%를 보상하자는 손실보상제 등이 거론되며 이미 높아진 소상공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보상한다’는 시그널이 담겨야 한다는 취지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맞춤형 지원과 함께 ‘보편 지급→내수 부양→소상공인 매출증대’의 흐름이 같이 가야 했다”고 했다.

하지만 기재부와 청와대는 ‘아직 방역 국면이므로 전국민 지급은 시기상조’라고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의 한 고위 인사가 홍 부총리를 강하게 성토했고, 이에 홍 부총리는 얼굴을 붉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분위기가 살벌했다. 아무것도 합의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다음날 연설에서 ‘보편+선별’ 지원 방침을 밝히자 홍 부총리가 공개 반발한 것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 메시지에 정부와 청와대 모두 당황했다”며 “3월 당 대표 임기가 끝나는 이 대표 입장에선 선명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홍 부총리 완패로 끝난 지난해 ‘총선’ 재난지원금 사태 재현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이어지고 있는 2일 서울 신촌 거리에 임대문의가 붙어 있다. 뉴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 부총리의 반발에 대해 “함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이야기해보자는 것”이라며 “협의하겠다는 그 말, 그대로 해석해달라”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향후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민주당의 ‘보편+선별’ 패키지가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선거를 앞두고 있어 당정청의 무게중심이 당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지난해 4ㆍ15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하위 70%→전 국민’으로 확대하자고 했고, 홍 부총리는 “재정을 비축해야 한다”고 맞섰다. 하지만 결국 청와대가 민주당 손을 들어주며 홍 부총리의 완패로 끝난 바 있다.

박준석 기자
조소진 기자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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