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민주주의 패배 규정…中, 경제력으로 미얀마 장악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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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민주주의 패배 규정…中, 경제력으로 미얀마 장악 노림수

입력
2021.02.03 05:00
수정
2021.02.03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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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얀마의 최대 교역국, 대중 의존↑
시진핑, 왕이 잇단 방문...남중국해도 우군
군부 쿠데타로 민주주의 취약성 입증 부각
바이든 정부, 미얀마 중시 정책으로 회귀
中?"정치개혁 실패, 색깔혁명은 안돼" 경계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선언한 1일 군 병력이 수도 네피도의 국회 의사당으로 가는 길목에 바리케이드를 쌓고 장갑차와 트럭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네피도=AFP 연합뉴스


“중국은 미얀마에 우호적인 이웃이다. 미얀마 각 측이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고 안정을 유지하길 바란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은 미얀마 쿠데타를 기회로 보고 있다. 일단 관망하지만, 막강한 경제력을 앞세워 미얀마에 대한 장악력을 높일 심산이다. 미국식 민주주의가 무너지면서 체제 경쟁의 호재로 활용할 지렛대도 얻었다.

유일한 걸림돌은 미국이다. 군부를 압박하는 미국과 미얀마를 놓고 자칫 대리전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열흘 넘게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취임 축하인사도 건네지 않는 서먹한 상황에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중국 정부가 외부개입에 반대하며 미얀마 국내 협상을 통한 해결을 촉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왕이(왼쪽)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달 미얀마를 방문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회담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네피도=AP 연합뉴스


중국은 미얀마의 최대 교역국이다. 2019년 기준 미얀마 수출의 32%(약 6조3,689억원), 수입의 35%(약 7조1,943억원)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10배가 족히 넘는다. 양국은 2013년 이래 1,400㎞가 넘는 가스관과 송유관을 설치해 천연가스와 원유를 상호 제공해왔다. 중국은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미얀마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미얀마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580달러에 그쳤다. 1만달러를 돌파한 중국과 격차가 크다. 특히 미얀마의 1인당 GDP는 군부가 통치한 2011년까지 매년 급속히 증가하다가 이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시각물_美中-미얀마 관계


미얀마의 2019년 국가별 수출 비중. 중국이 가장 많은 32%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3%에 그쳤다.Tradingeconomics 캡처


중국은 각별히 공을 들이는 중이다. 지난해 1월 시 주석이 방문해 인프라 투자 등 33개 합의를 맺었고, 올해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아시아 첫 순방국도 미얀마였다. 외교적으로도 미얀마는 중국의 우군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미국 및 동남아 국가들과 맞서고 있는데 미얀마가 미국 편을 들지 않고 등거리 노선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트럼프 정부 시절 베트남, 말레이시아에 비해 미얀마를 등한시했다.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표방한 오바마 정부가 미얀마를 중시한 것과 다르다. 하지만 상황이 다시 바뀌었다. 판훙웨이(範宏偉) 중국 샤먼대 동남아연구센터장은 2일 “오바마 정부 출신이 대거 포진한 바이든 정부는 미얀마와 관계를 회복하고 이번 쿠데타를 계기로 중국에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2016년 마케도니아 스코페의 의회 앞 광장에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색깔혁명'을 상징하는 붉은색 페인트를 뿌리며 반정부 시위를 하고 있다. 스코페=AFP 연합뉴스


특히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색깔혁명 방식으로 미얀마 사태에 접근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색깔혁명’은 과거 구 소련과 중동지역에서 들불처럼 번졌던 정권교체 요구를 의미한다. 중국은 홍콩 민주화 시위도 색깔혁명으로 규정하며 뒤에서 미국이 조종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미얀마 사태가 자칫 중국의 약한 고리를 건드리는 발화점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이에 중국은 “미얀마의 정치개혁은 허울 뿐”이라며 “경제성장이 급선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탄탄한 경제가 뒷받침하지 않는 한 민주선거로 얻은 정치적 자원만으로는 복잡한 내부 갈등을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정세가 요동치는 미얀마 문제를 풀려면 갈등을 조장하는 미국의 입김이 아니라 중국의 경제력으로 안정감을 주는 것이 우선이란 주장이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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