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퇴근후 배드민턴 치다 쓰러진 뒤 숨져
공단 "평소 고혈압 앓아"... 공무상 재해 불인정
法?"사망 전 한달간 피로 누적, 기존 질환 악화"
지병을 앓던 근로자가 갑자기 숨졌을 경우, 직접 사인(死因)이 ‘미상’으로 명시됐다 해도 사망 직전까지 장기간 과로에 노출돼 있었다면 ‘공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상당한 수준의 신체적 피로 누적으로 기존 질환이 급격히 악화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장낙원)는 서울우정청 소속 집배원 A(사망ㆍ당시 57세)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순직유족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18년 6월 직장에서 퇴근한 후 배드민턴을 치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A씨 배우자는 “남편의 죽음은 공무상 사망”이라면서 공단 측에 보상금과 공무상요양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 측은 “A씨가 고혈압으로 오랫동안 치료받은 전력이 있고, 직접 사인도 미상”이라며 거부했다. A씨 유족은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도 심사 청구를 기각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과중한 업무 강도’가 A씨 사망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사망 직전 한달 간 A씨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4시간 39분으로, 평소보다 2시간가량 더 많았다. 특히 2018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땐 주말에도 출근, 우편물 특별 발송 업무를 맡았다. 토요일이었던 사망 당일에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매트리스를 긴급 수거하는 업무에 동원됐다.
재판부는 “사망 사고 당시, A씨에게 상당히 높은 수준의 신체적 피로가 누적돼 있었고, 주말 추가 근무 등 일시적인 업무 증가는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평소 앓던 고혈압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해 대동맥류 파열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질병 때문에 숨졌다고 봐야 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내려진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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