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 국내파 소집훈련을 마무리한 김학범(61)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주도한 훈련은 역시나 고됐다. 조영욱(22ㆍ서울)은 “팀 분위기가 좋다, 소집이 끝나기 때문”이라며 웃었고, 국군체육부대에 복무 중인 전세진(22ㆍ김천)은 그래도 군대에 있는 것보단 대표팀이 좋다면서도 “훈련만큼은 군대보다 훨씬 힘들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대표팀 해산을 하루 앞둔 1일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공원 종합경기장에서 만난 김학범 감독은 그럼에도 훈련 성과를 묻자 “60~70점 정도”라고 했다. 앞서 K리그 포항(3-1), 성남(4-0), 수원FC(2-1)과 평가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지만 김 감독은 “결과는 큰 의미가 없다”며 “선수들이 얼마나 (훈련 계획을)쫓아오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체력만큼이나 정신력과 의지를 요하는 김 감독의 방침에 ‘고난의 겨울’을 보냈다는 게 선수단 얘기다.
실제 이번 서귀포 전지훈련은 다가오는 도쿄올림픽과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 치러졌다. 특히 수원과 세 번째 평가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고강도 체력훈련을 끼워 넣었다. 촉박한 토너먼트 일정 속에 체력이 뚝 떨어졌을 때도 자신의 능력치를 끄집어내길 원했던 것. 김 감독은 “몸이 안 좋다고 못하면 바로 탈락”이라며 “힘들어도 이겨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2일 대전과 평가전을 끝으로 소집 일정은 모두 끝난다. 국내파 점검은 이번이 마지막이지만 김 감독은 최종 명단이 발표될 때까진 모두가 올림픽대표 후보이며, 누구도 승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기 관리 잘 하고 △필요한 부분을 스스로 챙기고 △팀에서 경기를 뛰는 게 일단 중요하다는 세 가지 과제도 남겼다. 그는 “이번 소집 선수들을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올림픽 개최 여부. 일단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4월 중순 본선 조추첨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대회 취소 및 재연기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초조한 분위기도 있을 것 같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감독은 “그런 것으로 애달파하면 죽는다”며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느냐”며 모든 팀들에 동일한 조건인 만큼 착실히 준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난해 부상으로 올림픽대표팀 승선이 불투명하다가 대회가 1년 미뤄지며 다시 기회를 얻은 조영욱과 전세진의 간절함이 크다. 조영욱은 “선수들도 (연기에 대한)인터넷 기사들에 반응하지만 흔들리진 않으려 한다”며 “그간 쌓은 자신감을 안고 도전하면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땐 민간인이 돼 있을 전세진은 “군대 때문에 올림픽이 간절하다면 올바르지 않은 자세라고 생각한다”며 “준비한 만큼만 하면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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