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가 스크린도어 안 열린지 모른 채 출발
버스서 내리던 승객 뒷문에 끼어 끌려가기도
"매뉴얼 준수하고 안전 관리 인력 확충해야"
열차 기관사가 승객 승하차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출발하는 일이 발생했다. 출입문은 열렸지만, 센서 오작동으로 스크린도어가 열리지 않은 탓에 하마터면 내리려던 승객이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이는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안전 문제를 오작동 가능성이 있는 센서에만 맡긴 대중교통 운행 책임자들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1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 11분쯤 서울 왕십리역에 정차한 ITX-청춘 열차가 스크린도어 오작동을 일으켰다. 당시 열차 출입문은 정상적으로 열렸지만, 스크린도어가 열리지 않다. 승객들이 타지 못했는데도 열차는 별다른 후속 조치 없이 다음 역을 향해 출발했다. (관련기사: 스크린도어 안 열렸는데 떠나버린 열차...승객만 발 동동)
열차는 서울 용산역을 출발해 춘천역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승객 최모(33)씨는 "기관사가 스크린도어가 안 열린 걸 모르는 게 말이 되냐"며 "만약 누군가 열차에서 내리려고 스크린도어와 열차 출입문 사이에 서있었다면 참사가 벌어질 뻔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레일 측은 "센서가 일시 오작동하면서 스크린도어가 열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사고 원인을 설명했다. 후속 조치가 없었던 데 대해선 "기관사는 승객 승하차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아 스크린도어가 열리지 않은 점을 알지 못한 채 출입문을 닫고 출발했다"며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점을 시인했다.
스크린도어 결함이나 오작동으로 인한 안전사고는 처음이 아니다. 2016년 10월엔 김포공항역에서 내리던 승객이 스크린도어에 끼어 사망했다. 하차하려던 승객이 열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갇혔지만, 기관사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열차를 출발시키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법원은 당시 기관사 잘못을 일부 인정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중교통 안전사고는 지하철이나 열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19일에는 경기 파주시에서 20대 A씨가 버스 뒷문에 끼어 끌려가다 뒷바퀴에 깔려 숨졌다. 버스에서 내리던 A씨의 외투 자락이 뒷문에 끼였지만, 버스기사가 이같은 사실을 모른 채 차량을 출발시키면서 참사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승객이 내린 것을 확인하고 출발했지만, 옷이 낀 것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차하는 문에도 안전 센서가 부착돼 있지만, 옷이나 가방 등 얇은 물체가 끼인 경우엔 센서가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유족들은 버스기사가 안전 수칙을 제대로 따르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유족들은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한 번의 확인, 내린 후 3초의 기다림만 있었더라도 이런 억울하고 허망한 죽음은 없을 것"이라며 "버스기사 안전교육 강화, 승하차 센서 개선, 승하차시 타고 내릴 수 있는 안전한 시간 확보 등을 청원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의 경우 작은 안전사고가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정교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기관사나 운전기사에 안전 매뉴얼 준수를 강조하는 것만으론 사고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매뉴얼을 마련해도 기관사나 운전기사가 준수하지 못한다면 계속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며 "노동환경 개선이나 관리인력 확충 등 안전과 직결되는 운영비를 확대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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