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집단감염을 계기로 IM선교회가 운영하는 미인가 교육시설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기독교계 미인가 교육시설 대한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IM선교회 방식의 폐쇄적 학교 운영은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종교적 편향성을 강요하는 등 해로울 수 있다며 우려했다.
비판의식 사라지고 합리적·과학적 사고 막아
우선 너무 어린 나이부터 폐쇄적인 환경에서 생활하며 신앙을 주입하는 건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IM선교회 관련 교육시설들은 미취학 아동은 물론, 10대 학생들을 모아 성경과 영어 교육을 위한 합숙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대전 IEM국제학교의 경우, 학생들과 일부 교직원이 독서실 책상으로 둘러 쌓인 교실, 식당 등이 있는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에서 24시간 함께 생활해 왔다. 학생들은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식사를 한 다음 설교를 듣고, 영어 공부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밤 시간대 찬송가 소리로 주변 민원이 접수된 점으로 미뤄, 이들의 신앙 생활은 밤 늦게까지 이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방인성 교회개혁실천연대 고문(목사)은 “종교를 소개하는 정도가 아니라 숙식을 하며 강압적으로 주입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일종의 학대”라며 “지성이 발달하고 판단이 설 때 종교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바른 신앙이 들어설 수 있다”고 꼬집었다. IM선교회 마이클 조 대표가 자신이 운영하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기도를 오래하는 등 신앙심이 깊다고 자랑하는 대목과 관련해서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삶 속에서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중요하지, 교회를 빠지지 않고 나가고 기도를 계속 한다고 해서 바른 신앙인이 되는 게 아니다”라며, “기도를 너무 많이 하는 건 오히려 종교 중독”이라고 비판했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막는 점도 문제다. 마이클 조 대표는 “하나님이 과학적으로 지켜주신다”며 코로나19 방역에 안일하게 대처하다 집단감염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은영 대안교육연대 사무국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은 전세계적 상황인데, 교육을 한다는 사람이 이것을 과학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런 곳에서는 아이들이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개신교계 시민단체인 평화나무의 신기정 사무총장도 “주입 받은 내용이 아니면 무조건 배척하는 식으로 편협한 세계관에 갇힐 수 있다”며 “사회공동체 생활을 하는데 핸디캡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화론을 배척하고 창조론에 입각한 교육을 표방해온 게 대표적 사례다 . 방인성 목사는 "신앙에서 말하는 창조론은 진화론을 무시하거나 대립하는 게 아니다"라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유은영 대안교육연대 사무국장도 “진화론은 과학자들이 끊임 없이 검증해온 것이고, 창조론은 믿느냐 안 믿느냐의 문제라 검증이 불가한 영역”이라며 “여러 사실을 제공하고 진실이 무엇인지 학습자가 판단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로를 감시하며 잘못을 써내게 하고, 앉았다 일어섰다를 수백회 시킨 정황이 나온 건 또 다른 논란 거리다.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IM선교회 측에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진 못했다. 유은영 사무국장은 “가혹행위는 아이들의 비판 의식을 마비시켜 순응하는 인간으로 만든다”며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미인가 기독교 교육시설 전국에 200곳 넘어
IM선교회가 운영한 IEM국제학교처럼 미인가 기독교 관련 교육시설은 전국에 200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가 2016년 실시한 국내 기독교대안학교 실태조사에 따르면, 총 265개의 기독교 대안학교 가운데 미인가 시설은 230개였다. 연구소는 2006년부터 5년 마다 기독교 대안학교를 자체 조사해 발표해오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IM선교회 운영 교육시설들은 이 통계에는 잡히지 않았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관계자는 “IM선교회 역사는 10년이 됐지만, 학교를 운영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어서 당시 조사 때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독교 대안학교에도 여러 부류가 있는데, 이 중 국제학교 형태의 유형은 특히 많은 우려를 낳아 왔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 안에서 아이들이 생명력을 잃어가자 나온 게 대안학교인데, 영어 교육을 강조한 국제학교 형태는 ‘대안’이라는 가치와 충돌하는 지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교회가 교육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것 자체를 문제시 여기는 시각도 있다. 방인성 목사는 "교육은 굉장한 수익 사업 중 하나"라며 "신앙 교육과 학교 교육을 함께 한다는 허울 좋은 명목을 내세우지만 둘 다 실패할 수 있다. 교회는 후원자로 남으면 족하다"고 언급했다.
다른 미인가 시설 낙인 없어야…등록제 정착 돼 관리감독 이뤄져야
전문가들은 미인가 교육시설에 대한 무분별한 낙인 찍기는 지양해야 한다면서도, 이들 기관을 제도권 내에서 관리 감독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은영 사무국장은 “선교회와 유학ㆍ입시 학원이 결합한 IM선교회 운영 국제학교는 미등록으로 운영돼 온 ‘외국어계열의 국제화 학원’에 가깝다”며 “학원으로 등록해 관리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기정 평화나무 사무총장은 “종교라는 이름 아래 ‘깜깜이 운영’하는 교육 시설이 많다고 본다”며 “최대한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관련 법이 최근 마련됐지만 가야 할 길은 멀다. 지난해 12월 미인가 대안 교육시설을 대안 교육기관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의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지금의 IM선교회 사태를 막기 위한 법이었는데, 시행령이 만들어지는 도중 일이 터졌다”며 “신고제 형태의 등록제로 가야 최대한 많은 곳을 제도권 내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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