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문 밀고 들어서면 어김 없이 피어나는 봄꽃들
연초부터 폭설에 북극발 한파까지 찾아와 한반도를 꽁꽁 얼리더니, 지난주 내내 평년 기온을 훨씬 웃도는 온화한 날씨가 이어졌다. 그리고는 또 다시 몰아친 강풍과 눈보라...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던 1월이 다 가고 어느덧 입춘(2월 3일)이 눈앞에 와 있다.
올 겨울은 유난히 기온 변화가 심했다. 1월 중순까지만 해도 서울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지는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더니 지난 24일엔 서울낮 기온이 영상17도를 기록했다. 28일 전국에 눈보라를 동반한 반짝 추위가 기승을 부렸고, 30일 낮에는 다시 영상을 회복했다. 입춘을 앞두고 벌어진 겨울과 봄의 기싸움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 다이나믹하다.
그 사이 남녘에선 봄꽃 개화 소식이 꾸준히 전해져 왔다. 봄의 전령사로 알려진 노란 복수초가 이미 지난 17일 전남 여수에서 제일 먼저 개화했고, 26일엔 부산에서 홍매화가 활짝 피며 설래는 봄소식을 전했다. 시린 겨울바람을 가르며 마른 나무가지에 촘촘히 매달린 홍매화 모습이 탐스럽기만 하다.
저마다 고유한 자태를 지닌 봄꽃들은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는 동안 대구와 경북 포항, 강원 춘천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피어났다. 지난 25일 대구 동구에서는 때 이르게 피어난 노란 개나리가 빗방울을 머금었고, 26일 강원 춘천 하천변에서는 아직 찬 겨울바람 속에서 하얀 솜털을 감싼 버들강아지가 기지개를 폈다. 전북 임실의 화훼 농가에서 출하 중인 장미꽃은 마치 화실에 놓인 물감처럼 다채롭다.
'입춘대길(立春大吉)'
지난 27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향교에서 유생들이 봄을 환영하는 현수막처럼 대문 앞에 내걸었다. '여기서부터는 봄'이라 표시처럼 느껴져 나도 모르게 그 대문을 밀고 들어서고 싶다. 도심 거리의 쇼윈도는 이미 입춘을 지나 화사한 봄이 완연하고, 꽁꽁 언 얼음이 녹은 한강에 패들보드와 제트스키가 등장했다.
'일장춘몽'을 깨우듯 간밤에 흰눈이 내려 쌓였다. 봄은 아직 멀었다는 듯. 하지만 탐스럽게 자란 딸기를 수확하는 청년의 얼굴엔 이미 구슬땀이 맺히고, 그 위로 따스한 햇빛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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