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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종교적 이유 '예비군 훈련 거부', 처벌할 수 없다" 첫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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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종교적 이유 '예비군 훈련 거부', 처벌할 수 없다" 첫 인정

입력
2021.01.28 11:13
수정
2021.01.28 13:46
N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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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내곡동 강동·송파예비군훈련장에서 열린 2018년 첫 예비군훈련에서 예비군 대원들이 구조물 극복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내곡동 강동·송파예비군훈련장에서 열린 2018년 첫 예비군훈련에서 예비군 대원들이 구조물 극복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역병으로 복무한 뒤 종교를 가져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 대해 대법원이 “진정한 양심에 따른 훈련 거부라면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를 비(非)범죄화한 최초 판례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8일 예비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초 이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심리했으나, 선고만 소부에 재배당됐다.

A씨는 2017년 6~8월 예비군 훈련 소집 통지서를 6차례 전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훈련을 받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군 복무를 현역으로 마친 뒤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나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양심의 자유에 따라 훈련에 참가하지 않은 것”이라며 예비군법에서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따라 훈련을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훈련 거부는 양심 표명의 자유 관점에서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이를 훈련 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는 없다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양심 표명의 자유도 다른 기본권들과 마찬가지로 헌법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 표명의 자유가 헌법적 가치보다 우월한 가치로 취급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2심도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형량만 낮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 측은 대법원에 상고했는데, 상고심 도중인 2018년 11월 대법원 전합이 ‘종교적·양심적 병역 거부’를 병역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첫 판결을 내놓으면서 변수가 생겼다. 2004년 이후 해당 사안에 대해 줄곧 유죄 입장을 견지해 온 대법원이 14년 만에 판단을 바꾼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예비군 훈련 거부 사건에서도 병역 거부 관련 새로운 판례와 같은 법리가 적용됐다. 재판부는 “예비군법은 병역법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국방 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예비군 훈련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 이행이란 점에서 전합 판결 법리에 따라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2018년 전합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경우에만 '정당한 거부 사유'로 인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었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대법원은 9년 만에 종교 활동을 재개하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한 신도에 대해, 배틀그라운드·오버워치 등 총기 게임을 즐긴 점을 이유로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유죄를 확정한 바 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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