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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개미 성지' 월스트리트베츠, 이용자 폭증에 한때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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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개미 성지' 월스트리트베츠, 이용자 폭증에 한때 폐쇄

입력
2021.01.28 11:15
수정
2021.01.2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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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진 "관리 어려움으로 잠시 닫았다"
해명 불구에도 '월가 음모론' 제기되기도
"이 전쟁은 무산계급 대 헤지펀드의 전쟁"

레딧의 유명 서브레딧 '월스트리트베츠'의 헤더. 레딧 캡처

레딧의 유명 서브레딧 '월스트리트베츠'의 헤더. 레딧 캡처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가 많은 주식을 집중 매수해 여러 헤지펀드를 굴복시키는 활동을 벌이는 데 본거지 역할을 했던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의 서브레딧(게시판) '월스트리트베츠(WSB)'가 임시 폐쇄됐다가 복구됐다. 운영진은 WSB의 이용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더 이상 게시판을 통제하기 어려워 임시 조치를 취했다가 복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WSB는 공매도 세력과의 싸움 과정에서 게임스톱 등 몇몇 종목의 주가를 비정상적으로 폭등시키면서 화제가 됐고, 급기야 '반(反) 월가 세력'의 구심점처럼 떠올랐다. 일부에선 폐쇄 소식에 "월가 금융기관들이 수를 쓴 게 아니냐"는 음모론마저 제기했다.



게시판 운영자 "폐쇄 이유, 이용자 폭주로 통제 어려워졌기 때문"

뉴욕 증권거래소 전경. AP 연합뉴스

뉴욕 증권거래소 전경. AP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배런스 등 미국 금융 전문 매체에 따르면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운영진은 해당 게시판을 일시적으로 폐쇄했다가 복구했다. WSB 운영자(모더레이터)는 "최근 전례 없는 신규 이용자가 유입됐으며 레딧의 콘텐츠 정책과 WSB 자체 규칙을 기술적인 자동 지원 없이 집행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임시 폐쇄를 한 이유를 밝혔다.

레딧 측은 사이트 전체 운영진이 아니라 해당 서브레딧을 연 운영자가 직접 게시판을 닫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레딧은 사이트 특성상 이용자들이 직접 '서브레딧'을 열 수 있고 운영도 담당하기 때문에 이런 조치가 가능하다.

레딧의 WSB를 잠시 닫은 것은 다른 플랫폼에서 발생한 사건 때문이다. 앞서 WSB 이용자들의 소통을 위해 대화 플랫폼 '디스코드'에 개설된 WSB 대화방이 '증오발언'을 이유로 폐쇄됐는데, 이용자가 너무 많아서 발생한 관리 부실이 원인이었다.

WSB의 운영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이름으로 우리를 대변하는 척하고 있다"면서, 디스코드를 향해서도 "우리 커뮤니티를 고치는 대신 파괴하려는 시도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게시판 운영자가 앞뒤 사정을 밝혔지만, WSB를 향한 월가 세력의 '공격'이 있었다는 음모론이 번지면서 레딧과 온라인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인 텔레그램 등지에서 대체 커뮤니티가 즉각 생성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베츠가 찍으면 주가 오른다"


뉴욕 맨해튼의 게임 전문 상점 '게임스톱' 지점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뉴욕 맨해튼의 게임 전문 상점 '게임스톱' 지점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월스트리트베츠의 이용자들은 현재 오프라인 게임 유통사인 게임스톱과 영화관 체인을 운영하는 AMC엔터테인먼트 등, 월가 금융기관들의 공매도가 심하게 걸려 있는 종목 몇 개를 선정해 집중 매수해 공매도 세력에 손실을 안기는 '개미 운동'을 벌였다.

WSB의 활동은 2020년 초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 투자자에 맞서 집중 매수 활동을 벌인 것을 연상케 한다. 다만 WSB는 공매도가 많은 구체적인 종목을 찍어서 공매도 세력이 '숏커버링(공매도를 청산하기 위해 해당 주식을 매수)'을 하도록 유도해 주가를 더욱 상승시키는 전략적 움직임을 구사하고 있다.

실제 WSB가 찍은 종목의 주가는 급등하고 있다. 27일 뉴욕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게임스톱 주가는 134%, AMC는 300% 이상 폭등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게임스톱 등의 움직임을 적극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야후파이낸스가 인터뷰한 WSB 이용자는 "이건 마치 무산계급과 자산계급의 전쟁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자산 불평등이 더욱 극심해지는 상황에서, 소액 개인 투자자들이 기존 월가의 부유한 투자자들이 형성한 '공매도 세력'을 시장에서 거꾸러트린다는 기쁨이 이들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버리 "게시판을 막아? 차라리 공매도 손질하라"


마이클 버리 트위터 캡처

마이클 버리 트위터 캡처


이처럼 WSB가 '월가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 되면서 전문 투자자와 정치권에서도 WSB를 옹호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주인공 모델 중 하나인 헤지펀드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월스트리트베츠를 폐쇄하고 (엄연히 존재하는) 투자자를 거부하거나 삭제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라면서 "차라리 무차입 공매도를 없애고, 일반 공매도도 본래 시중 유통량의 150% 이하로 제한한다든지 제도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버리는 앞서 게임스톱의 주가 급등이 "비정상적, 비논리적"이라며 비판했다.

민주당 내 진보 블록의 대표주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 하원의원도 같은 날 "항상 우리 경제를 카지노 취급하던 월가 금융자본가들이 갑자기 시장을 카지노로 취급하는 게시판 하나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모습이 우습다"며 "부유층에 과세하자"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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