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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검사 안 하면 과태료' 졸속 행정에 두 시간 벌벌 떤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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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검사 안 하면 과태료' 졸속 행정에 두 시간 벌벌 떤 시민들

입력
2021.01.27 16:20
수정
2021.01.27 19: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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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체채취 의료진 부족하자 간호대생 투입
뒤늦게 기간·검사소 확대했지만 불만 여전

27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시청 앞에 마련된 선별검사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

27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시청 앞에 마련된 선별검사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

경북 포항시가 치밀한 준비 없이 '1가구에 1인 이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행정명령을 발령해 공분을 사고 있다.

27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포항지역 검사소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한 주민들의 대기시간이 최소 2시간씩 걸리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검사 대상자가 18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6일이라는 짧은 기간을 두고 추진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더구나 포항시는 기한 내 검사를 받지 않은 가구에 과태료 부과 계획을 밝힌 터라 치밀한 준비 없이 진행되고 있는 강제 검사에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포항시는 지난 25일 "26일~31일 모든 동 지역과 흥해읍, 연일읍 지역에 가구당 1명 이상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검사 대상자는 북구 11만명, 남구 7만명으로 예측됐다.

대상 인원이 18만명에 달하다 보니 포항시가 긴급 설치한 선별검사소 17곳 모두 혼잡이 빚어졌다. 검사가 시작된 26일은 물론 이날에도 '2시간 대기는 기본'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아침부터 긴 줄이 생겼고, 참다 못해 발걸음을 돌리는 시민들도 잇따랐다. 일부 검사소에는 신속진단 키트가 부족해 추운 날씨에도 장시간 대기했던 시민들이 불만을 터뜨리며 돌아가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기존 선별검사소가 있는 남·북구 보건소와 양덕동 한마음체육관도 마찬가지. 특히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운영되는 한마음체육관은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반경 수㎞ 내 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했다.

검사를 포기했다는 한 시민은 "갑자기 사람들이 몰리면서 아침 9시가 되지 않아 이미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긴 줄이 생겨 있었다"며 "2시간 넘게 서 있었는데 날도 춥고 일 때문에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사람은 많고 서 있을 공간은 부족하다 보니 줄을 선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앞뒤로 바짝 붙어 있었다"며 "검사 받으러 왔다가 되레 감염되지 않을지 걱정됐다"고 말했다.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이 27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진단 검사 행정명령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에 앞서 행정명령으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한 점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이 27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진단 검사 행정명령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에 앞서 행정명령으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한 점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뉴스1

문제가 커지자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머리를 숙였다. 또 진단검사 기간을 다음 달 3일까지 사흘 연장하는 등 보완책을 내놓았다. 기존 선별진료소 20곳 외에 포항의료원, 성모병원, 에스포항병원, 포항세명기독병원, 좋은선린병원 5개 종합병원을 진단검사장소에 추가했다.

하지만 시 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포항시가 과태료를 부과 방침까지 밝혔지만, 정작 시는 검사 준비에 미흡했던 탓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불만을 호소하는 글이 등장했다. 한 청원인은 '감염자 색출에만 급급해 일방적으로 코로나 검사 시행을 명령한 포항시의 행동을 멈추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시민들을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할 방법은 준비하지 않고 감염자 색출에만 급급하다. 기본적인 방역수칙도 지키지 않고 검사를 해 되려 감염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4시 현재 1만2,017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포항시가 검체 채취 인력 부족으로 지역대학 간호학과 학생을 현장에 긴급 투입한 일도 논란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검사는 검체를 잘못 채취하면 결과에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관련 법은 훈련 받은 전문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포항시 관계자는 "검체 채취에 투입된 대학생은 최근 국가고시에 합격한 간호대생으로 자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 시장은 "적극적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불편한 점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검사하겠다"며 "다소 미흡한 부분을 즉시 보완해 시민불편을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포항=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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