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형사고발에 "수사 강행이 2차 가해 우려"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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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형사고발에 "수사 강행이 2차 가해 우려" 역풍

입력
2021.01.27 16:30
수정
2021.01.2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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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 배복주 부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김종철 당대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조직 안에서 이 사안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구체적 계획을 공표했는데도 제3자가 수사기관에 고발한 의도를 되묻지 않을 수가 없어요. 성폭력 사건을 ‘진보대 보수’ 구도에 맞춰 상대 진영에 대한 공격 도구로 쓰는 상황밖에 안 되는 거죠."

27일 최원진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 시민단체 활빈단 등이 김 대표를 경찰에 고발한 것을 두고 여성계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작 피해 당사자인 장혜영 의원은 그럴 생각이 없는데, 주변에서 정의 실현을 내세워 수사를 압박하는 건 '피해자중심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지난 25일 정의당 배복주 부대표는 김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을 공개하면서 “가해자 또한 모든 사실을 인정한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사건”이라 규정한 뒤 당의 징계절차에 회부하되 “피해자의 의사대로 형사 고소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루 뒤인 26일 시민단체 활빈단은 김 전 대표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정의당은 김종철 대표를 고발하지 않으면서 성범죄를 당사자 간의 사적 문제로 환원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김 전 대표를 처벌하지 않고 당내에서 해결하겠다는 정의당의 결정은 ‘성범죄 무관용 원칙’을 내세운 정의당의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성계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성폭력 사건 처리의 궁극적 목적은 피해자의 일상 회복이며, 이를 위해서는 피해자의 의견이 가장 존중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숱한 2차 가해가 쏟아지며 피해자가 조직에서 내몰리는 대개의 성폭력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속한 조직이 피해자 편에 섰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조직 내 해결을 결정했다면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원진 사무국장은 "15일 사건이 있은 뒤 정의당이 장 의원의 뜻을 최우선으로 존중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등 내부적으로 정리가 된 뒤 이 사건을 공론화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철저한 비공개 조사가 1주일간 이어졌고 △선택 가능한 대안들이 피해자에게 충분히 제시됐으며 △'저녁 식사 뒤 사건이 있었다'는 것 외엔 어떤 디테일도 공개하지 않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체적 언행이나 상황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순간, 온갖 논란과 억측이 쏟아지는 상황을 완전히 차단한 것이다. 한 여성계 인사는 "배 부대표는 오랫동안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를 맡는 등 성폭력 문제 처리에 정통한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피해자와 숙고 끝에 내린 판단이기에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김윤기 당대표 직무대행, 이은주, 배진교, 류호정 의원 등 참석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략협의회에서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그래서 수사기관 고발이 되레 2차 가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갖 억측 등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구체적 피해사실이나 상황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괜히 수사를 명분으로 이를 들춰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여성학 연구자 권김현영씨가 김 전 대표를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두고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멱살을 잡고 경찰서로 가자는 것"에 비유한 글을 페이스북에 남긴 것은 바로 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2013년 성범죄가 친고죄에서 제외됐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 수사기관의 수사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성범죄를 친고죄에서 제외한 것은 합의 종용 등 부작용이 워낙 많다 보니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며 "피해자 보호라는 대원칙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의 경우 괜히 수사를 해서 구체적 피해사실을 드러나게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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