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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전성시대? LG-SK 소송 속 짙어지는 3가지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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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전성시대? LG-SK 소송 속 짙어지는 3가지 먹구름

입력
2021.01.27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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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왼쪽)과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각자 자사의 배터리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각사 제공

LG에너지솔루션(왼쪽)과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각자 자사의 배터리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각사 제공

"한국 정부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을 중재해 달라. 두 회사의 분쟁으로 미국 내 전기차 생산 계획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말, 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한국 외교부 등에 보낸 것으로 알려진 서신에선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에 대한 우려가 금세 감지됐다. 'K배터리'로 불리는 한국 배터리 업계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당장 자동차 생산 차질을 부를 수 있는 양사의 분쟁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도 초미의 관심사다.

실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 등에서 양사가 진행 중인 소송에서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SK가 패할 경우 이 업체는 전기차 생산이 불가능하다. 이 업체는 만일의 경우 손해를 감수하고 중국 업체(CATL 등)와 배터리 납품 계약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 급성장 시대를 맞아 장밋빛 미래를 예고하고 있는 K-배터리에도 한편으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근원은 LG와 SK 간의 법적 분쟁이다. 수 년간 합의점은커녕 감정의 골만 깊어가는 양사의 분쟁 속에서 짙어지는 K-배터리의 3가지 위험 요소를 짚어본다.


①꿈틀대는 유럽, 진격하는 중국

지난해 K-배터리는 배터리 탑재량 기준으로 2위(LG), 4위(삼성), 5위(SK)를 휩쓸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유럽과 중국 업체들이 본격 반격에 나서면서다.

스웨덴의 노스볼트는 지난해 500명을 신규 채용하고 투자 유치 및 생산 계획 수립을 완료, 올해 말부터 스웨덴 셸레프테오 공장에서 배터리 양산에 들어간다. "이미 상당한 주문을 받았다"는 노스볼트는 "폴란드의 배터리 모듈 조립 공장, 폭스바겐과 합작 투자로 독일 공장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PSA)이 합병해 탄생한 '스텔란티스'는 자사 전기차 모델에 필요한 배터리 자체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도 분주하다. 세계 배터리 점유율 1위인 CATL의 뒤를 이어 중국 정부가 나서 파라시스 육성에 나섰다. 파라시스는 지난해 독일 다임러그룹의 투자를 받고 독일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중국 지리테크그룹과 합작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CATL도 독일 에르푸르트에 첫 유럽 공장을 건설 중이다.

2018년 11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차전지 3사, 전지산업협회 관계자와 차세대 배터리 펀드결성 및 공동 연구개발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8년 11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차전지 3사, 전지산업협회 관계자와 차세대 배터리 펀드결성 및 공동 연구개발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②전고체 배터리 기술, 일본에 선수 뺏길라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던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도 양사의 관계 악화로 제자리걸음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 국내 배터리 3사와 차세대 배터리 공동 연구개발 등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전고체, 리튬금속, 리튬황 전지 등 3개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 핵심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것이 골자지만 이 프로젝트는 현재 펀드 결성만 완료된 채 올스톱 상태다.

반면 그간 한국과 중국에 밀린 일본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민관이 힘을 모으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수천억엔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도요타는 올해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공개할 계획이며, 닛산은 2028년 자체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를 실은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③불안에 떠는 배터리 소재사들

배터리 산업 태동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주로 일본산 소재를 수입해 써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엘앤에프 등 급성장한 국내 소재 회사들로부터 4대 배터리 소재 대부분을 공급받는다. 이들 업체에게도 LG와 SK의 소송전이 투자 등에 큰 불안 요소다.

업계에선 일본의 배터리 시장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업체들의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 점유율이 일제히 하락하는 원인으로 지나친 파나소닉 의존도가 꼽히고 있다. 이에 "일본 화학 업계에서 '파나소닉이 힘을 내주길 바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건강한 전기차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완성차 업체, 배터리 3사, 관련 소재업체, 정부의 지원 등 4박자가 맞아 돌아가야 한다"며 "K-배터리가 성장하려면 떠오르는 미국시장 선점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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