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전문가 패널이 국내 노동법의 노조 가입 범위와 임원자격 제한이 노동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개선을 권고했다. 정부는 그러나 이미 7월부터 적용되는 개정된 노조법에 지적사항들이 반영돼 있어 문제 없다고 해명했다. 개정 노조법은 해고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고, 조합원이 아닌 자도 노조 임원으로 선출이 가능하다.
고용노동부는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EU FTA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EU는 2019년 7월 한국이 한-EU FTA 제13장(무역과 지속가능발전)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지 않다면서 분쟁 조정을 위한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했다. 제13장은 양측이 노동·환경 분야에서 준수해야 할 국제 규범과 국내법을 담고 있다. 전문가 패널은 지난 10월 논의를 시작, 지난 20일 한국과 EU 양국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패널은 이 보고서에서 국내 노조법의 두 가지 점이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이 준수해야 하는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개선을 권고했다. 첫 번째는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해고자, 실직자 등 모든 근로자가 기업 또는 초기업 단위 노조에 가입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두 번째는 노조 임원 자격을 조합원만으로 제한해서는 안 되고 자유롭게 선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고용부는 이에 대해 지난해 말 노조법을 개정해 패널의 권고가 상당 부분 개선된 상태라 설명했다. 해당 보고서는 노조법 개정 전인 지난해 11월 25일을 기준으로 작성돼 12월 9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노조법 내용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오는 7월 6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노조법에 따라 해고자의 노조 가입이 가능해진다. 초기업 단위노조에는 해고자가 이미 가입해 활동하고 있고, 앞으로는 기업별 노조, 공무원·교원 노조에도 해고자 가입이 가능해진다. 노조 임원 자격도 노조 자체 규약으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국내 특수성을 감안해 기업별 노조는 노조 임원을 그 회사에 종사하는 조합원으로 제한했다.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의 노조 가입과 관련해서는 이미 여러 특고 노조를 인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화진 고용부 차관은 "노조법의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와 달리 매우 폭넓게 규정돼 있어 특고의 노조 설립과 가입을 인정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2018년 학습지 교사 노조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현재 대리운전기사, 방과후강사, 보험설계사 등 특고 노조 8개가 설립돼 있다.
한편 패널은 당초 EU가 문제제기한 것과 달리 "한국은 2017년 이후 3년여간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판단했다. 한국의 노조 설립 신고제가 사실상 허가제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에도 "협정문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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