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측 "혐의 인정, 반성 중…?합의에 최선"에도
쩡씨 부모 "합의 없다, 딸 죽음 헛되지 않게 해달라"
쩡씨 친구 "윤창호법에도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
저희 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음주운전에 대해 더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노력해 달라.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씨 부모
음주운전 사고로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씨를 사망케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운전자 A씨의 1차 공판이 열린 25일 A씨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A씨가 운전한 차에 치여 한국에서 생을 마감한 대만인 유학생 쩡씨의 부모는 공판이 열린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음주운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쩡씨 친구들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서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쩡씨 부모의 입장문을 대독했다. 부모는 "이런 비극적 사건에 딸의 목숨이 어떤 방식으로라도 도움이 돼 헛되지 않도록 해달라"며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부모는 한국에 있는 지인을 통해 지난해 11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횡단보도 보행 중 음주운전자의 사고로 28살 청년이 사망했습니다'란 제목의 청원 글을 올리며 엄정한 처벌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기적인 범인이 딸의 생명과 우리의 희망을 앗아갔다"며 "더는 딸의 예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비통해했다. 해당 청원은 열흘도 안 돼 답변 기준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음주운전 경각심 너무 부족해 화가 난다"
기자회견을 연 쩡씨 친구들은 '친구의 목숨과 꿈을 빼앗아간 음주운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합니다'라고 적은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가해자가 재범인 것으로 아는데 처음 음주운전을 저질렀을 때 강력한 처벌을 받았다면 또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겠느냐"며 "녹색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숨지게 한 음주운전 재범 사건으로, 양형 기준을 벗어나 가장 무거운 벌을 내려 달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박선규씨는 "윤창호법 도입 이후에도 음주운전에 대해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며 "너무 화가 난다. 아직도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는 음주운전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음주운전을 하면 반드시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학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쩡씨는 지난해 11월 6일 교수와 면담한 뒤 귀가하다가 서울 강남 한 횡단보도에서 음주운전자 A씨가 몰던 차량에 치인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쩡씨는 보행자 신호를 보고 길을 건너던 중이었다. 술에 취한 A씨는 빨간불 차량 신호를 무시한 채 시속 80㎞로 내달렸다. 도로 제한속도는 시속 50㎞였다. A씨의 당시 혈중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079%였다.
공판장서 "가해자 강력 처벌" 요청한 쩡씨 친구들
A씨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대만에 들어갈 수 없어 대만 현지 변호사를 통해 (유족 측에) 계속 사죄하고 합의하려고 하는데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재판을 마치기 전에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허용해 준다면 한 기일을 속행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쩡씨 측 변호인은 이에 "피고인 측이 저를 통해 편지를 보냈지만 피해자 유족분들은 편지도 읽기를 원치 않아 전달하지 못했고 합의 여지도 없다"며 "오늘 친구분들도 오셨는데 다들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만큼 엄중한 처벌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 측 지인은 발언 기회를 얻은 뒤 "친구들에게 너무 큰 슬픔"이라며 "강력한 처벌을 내려주셨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재판부는 "한 기일만 더 속행하고 그때까지 (합의가) 안 되면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종결하겠다"고 말했다. 3월 8일 오전에 다음 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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