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리얼돌 수입 허용 "성풍속 해치지 않는 성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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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리얼돌 수입 허용 "성풍속 해치지 않는 성기구"

입력
2021.01.25 10:42
수정
2021.01.2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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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인 '리얼돌'과 결혼식을 올려 화제를 모았던 카자흐스탄 남성 유리 톨로츠코와 리얼돌 마고의 결혼 사진. 사진=유리 톨로츠코(yurii_tolochko) 인스타그램


“성적인 내용을 대외적으로 표현하는 일반적인 음란물과 달리, 성기구는 사용자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하게 이용되는 도구에 불과하다.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 판결문 중 일부

이른바 사람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 인형인 '리얼돌' 수입을 막은 세관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리얼돌을 '풍속을 해치는 물품'으로 볼 것이 아니라 '성인의 내밀한 사적 영역 안에 있는 성기구’로 정의한 대법원 판결을 따른 판단이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박양준)는 최근 성인용품 수입업체 A사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리얼돌의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사는 지난해 1월 중국에서 리얼돌을 수입하며 김포공항세관에 수입신고를 했는데, 세관은 관세법에 규정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며 수입통관을 보류했다. A사는 처분에 불복해 관세청에 심사청구를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번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리얼돌의 모습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사람의 존엄성·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으로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음란물과 달리, 사용자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하게 이용되는 도구인 성기구를 음란물로 취급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개인의 사생활이나 행복추구권 및 다양성과도 깊이 연관되는 문제로서 국가 형벌권이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에 적절한 분야가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또 "해당 물품이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흡사하지도 않고, 실제 사람과 혼동할 여지도 거의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여성 모습을 한 전신 인형에 불과할 뿐, 노골적으로 특정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강조하고 있지 않다”면서 관세법상의 '풍속을 해치는 물품'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2019년 6월 유사 소송에서도 "리얼돌 수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리얼돌을 음란물로 볼 수 없다"고 본 원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관세청 측은 이날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예정이라면서 “리얼돌은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해 통관 보류 대상이라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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