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민간우주시대가 온다

입력
2021.01.25 15:00
수정
2021.01.25 17:36
25면
0 0
황정아
황정아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편집자주

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스페이스엑스의 크루 드래건 ⓒWikimedia Commons

스페이스엑스의 크루 드래건 ⓒWikimedia Commons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우주는 더 이상 정부나 국가 기관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민간에서 우주 산업에 관한 관심과 투자가 전반적으로 매우 활발해지고 있다. 세계 우주 경제에서 민간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은 80.1%에 달하는 등 우주 산업은 민간 분야에서 지속적인 성장 추세이다. 세계 우주 산업의 규모는 2016년 299조원에서 2019년 367조원으로 연평균 3.46%씩 성장하는 중이다. 우주 공간의 상업적 이용 가능성이 증가함에 따라서 혁신적인 우주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뉴 스페이스 개념이 새롭게 우주 분야에 대두되었다. 지금까지 해 오던 전통적인 기술 기반 우주 개발에서, 가용한 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활발한 상업적 우주 활동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다. 미국 스페이스엑스는 로켓 재사용에 성공했고, 미국 원웹, 스페이스엑스 등은 대규모 군집위성을 발사해서, 위성통신, 인터넷 서비스 등을 사업화할 계획이다. 미국 블루오리진은 민간인을 우주로 올려보내 단기간의 우주여행을 체험하도록 하는 상품을 계획 중이다.

우주 선진국을 중심으로 우주 공간에 대한 새로운 규범과 질서, 협력 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동시에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달의 천연 광물 자원 활용이다. 우주 자원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부문과 우주 교통체계 및 시공간 표준체계를 정립하려는 노력 등 민간 우주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정책과 시스템 마련을 위해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

스페이스엑스가 인류 최초로 민간 유인 우주선 시대를 열었다. 1961년 옛 소련이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을 태운 인류 최초의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호를 발사한 지 60년 만이다. 스페이스엑스는 2020년 5월 30일 미국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유인 우주선인 크루 드래건을 국제우주정거장을 향해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크루 드래건은 인류가 만든 9번째 유인 우주선이지만, 첫 번째 '민간' 유인 우주선이다. 과거에는 온 나라가 정부 주도하에 정책·재원·인력 등 모든 자원을 투자해야 가능했던 일을 이제는 민간 기업에서도 해낼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기술이 안정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는, 차세대소형위성, 차세대중형위성, 다목적 실용위성 등 저궤도 인공위성 플랫폼들은 개발의 주체를 정부에서 민간으로 옮기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NASA가 민간 우주선을 쓰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비용 절감이다. 크루 드래건은 역대 가장 값싼 우주선이다. 크루 드래건의 개발 비용은 17억 달러로, 300억달러가 넘었던 아폴로 우주선의 20분의 1이다. 우주비행사 1인당 비행 요금도 6,000만달러로, 소유즈를 빌려 타는 데 드는 8,000만달러보다 훨씬 싸다. 크루 드래건이 놀라운 이유는 역대 가장 저렴한 유인 우주선이면서도 기술적으로는 매우 진보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모든 명령은 터치스크린을 통해 입력되고 우주선이 국제우주정거장으로 가는 길을 찾는 기능이 완전히 자동화되었다. 크루 드래건은 안전을 보강한 비상탈출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슈퍼 드래코라는 이름의 이 시스템은 우주선 벽에 부착된 작은 추진장치로, 로켓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8개의 엔진을 가동시켜 우주선을 로켓에서 즉각 분리시킬 수 있다.

우주 산업의 진입 문턱이 낮아진 데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있다. 반도체 집적도가 높아짐에 따라 기능은 같거나 더 좋은데,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인 위성이 가능해졌다. 우주에서 저렴한 비용의 상용 전자 부품을 사용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고, 우주로켓 재사용 기술로 발사 비용도 현저하게 줄어들게 되었다. 위성의 크기와 무게가 작아짐에 따라서, 발사체의 크기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 이제는 기존의 대형 발사체가 아니라 소형 발사체 시장이 커지고 있다. 우주로 나갈 때 더는 대형 버스만 타고 갈 것이 아니라, 택시나 오토바이로 가는 정도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NASA는 심지어 달에 보내는 위성도 민간 업체에 위탁하기 시작했다. 2022년부터 달에 보낼 민간 택배 서비스를 시작한다. 바야흐로 민간 우주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황정아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