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올해부터 인신구속사무 예규 개정
법정구속 요건 강화해 논란 줄어들 전망
실형 선고 때 피고인을 법정구속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던 대법원 예규가 24년 만에 개정됐다. 기존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법정구속을 면해주는 게 원칙이었지만, 올해부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법정구속을 하도록 요건을 강화한 것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올해 1월 1일자로 ‘인신구속사무 처리에 관한 예규’(인신구속사무 예규) 57조를 개정했다고 24일 밝혔다. 1997년 만들어진 기존 조항엔 “피고인에 대해 실형을 선고할 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한다”고 규정돼 있었지만, 개정 조항에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란 문구를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바꿨다.
법정구속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1심 또는 2심에서 집행유예 없는 실형 선고를 받았을 때, 재판장이 선고 직후 현장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해 피고인을 구속하는 것을 말한다. 법정구속은 형사소송법에는 명시돼있지 않지만, 행정사무 기준을 밝히는 대법원 예규에 따라 통용돼왔다.
다만 판결이 확정되지 않아 무죄추정을 받는 단계에서 인신구속하는 것은 위헌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반대로 특별한 사정이란 애매한 문구 탓에 판사 재량에 따라 유명 피고인이 실형을 받고도 법정구속되지 않아 논란이 이는 경우도 있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증거인멸 우려·도주 우려 등 구속 원칙을 밝히고 있는 형사소송법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이 없는 예규로 법정구속 원칙을 규정한 것에 대해 오래 전부터 법관들 사이에서 재판권 침해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행정처는 지난해 3~4월 전국 법관을 상대로 인신구속사무 예규에 대한 개정 의견을 수렴했고, 답변자 450여명 중 80% 이상이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부터 예규에서 정한 법정구속 사유가 명료해지면서, 정치인이나 유명인사의 법정구속 여부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만 해도 염동열 전 의원, 원유철 전 의원,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관진 전 국방장관, 손혜원 전 의원,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이 실형을 받고도 법정구속을 면해 논란이 일었다.
반대로 최근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징역 2년 6월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된 것을 두고 ‘과하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이 부회장 구속은 인신구속사무 예규가 개정된 직후 사회 유명인사 가운데 첫 법정구속 사례로 꼽힌다.
이 부회장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지난 18일 “파기환송심이란 점을 감안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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