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단체장에게 듣는다] 서정협 권한대행 인터뷰
공사 끝난 구간 보행로 넓어져 걷기 편해져
"아파트 얘기만 하는데 그린벨트 보호해야"
"선거 사무실 앞에선 신발 끈도 묶지 말아야"
권한대행이란 포지션은 애매하다. 그 자리에서 하는 일이 많고 역할이 클수록 뒷말이 많다. ‘몇 달짜리가…’ 이런 표현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이 대표적이다. 서울시에선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산하 기관장 인사를 놓고 말이 많았다. 권한대행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거나 인사를 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특히 4월 보궐선거가 다가오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공격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서정협(55)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며 이런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남은 3개월이, 지나온 6개월보다 더 힘든 시간이 될 것 같다”는 그를 지난 22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밀어붙여야 했나.
“시끄럽다고 4년 동안 착착 진행해온 사업을 멈출 수는 없다. 권한대행으로서 사업을 계속 진행하는 게 맞는지, 중지하는 게 맞는지 고민했고, 결국 ‘하는 게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오랜 기간 준비해온 사업을 놓고 직원들한테 ‘다음 시장이 오면 하시죠’라고 말하는 게 권한대행의 역할이 아니다. 필요한 절차도 다 거쳐서 진행된 일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광장 양쪽으로 큰 도로가 있는 곳이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기저기서 반발이 대단해 보인다.
“반대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수의 단체다. 그들도 광장 재구조화를 놓고 서울시와 대화하던 단체다. 그들이 바라던 완전보행으로 가자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들 의견도 일부 반영했다. 차선을 전부 없애는 건 힘드니 우선 이만큼만 가자고 이야기된 것이다.”
-공사가 끝난 구간은 걷기가 편해졌다.
“광화문~서울역 세종대로 구간과 퇴계로는 보행로가 매우 넓어졌다. 그런데도 차량들은 다니는데 문제가 없다. 파리와 런던도 차선을 줄이고 걷는 길을 늘리고 있다. 선진도시들은 결국 사람 중심 도시, 보행자 우선 도시다. 인도에서 충돌을 피해 걷는 건 좋은 도시의 모습이 아니다. 보행로는 거의 정비가 됐고, 10월에 광화문광장 공사가 끝나서 물리적 환경 정비가 마무리 되면 소프트웨어적인 보행환경 개선도 예정돼 있다.”
-서울시 직원들 인사는 할 수 있다고 해도, 산하기관 수장 인사 특히 교통방송(TBS) 이사장은 꼭 임명했어야 했나. 3개월 남은 권한대행이 3년 임기의 기관장을 임명한 거다.
“TBS는 지난해 사업소에서 재단으로 독립했다. 재단 출범 때 새로운 일이 많다. 이사장이 공석이면 대표가 이사장을 겸직하게 된다. 기안을 만들고 셀프 결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사장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 없었다. 이사장 임명도 임원추천위원회 등을 통해 3~6개월 공들인 업무의 결과물이다.”
-교통방송의 예능화·정치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있다. 청취율을 외면할 순 없겠지만,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건가.
“독립시켜 놓고 서울시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문제는 이사회에서 논의해서 개선할 부분이 있으면 개선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4월에 새 시장이 온 뒤에도 꼭 지켜졌으면 하는 서울시 정책은 무엇인가.
“그린벨트 보호다. 보궐선거 후보자들이 모두 부동산 정책을 이야기하고, 일부는 그린벨트에다 아파트를 짓자고 한다. 그건 정말 좋지 못한 생각이다. 그린벨트 보전은 박원순의 철학이 아니라, 서울시의 철학이다. '이미 훼손된 땅인데 뭘 보존하느냐'라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나무가 없어도 그린벨트는 그린벨트다. 완충지 역할을 한다.”
-직원들이 보궐선거 분위기 영향을 받나.
“서울시에 대한 후보자들의 비판이 많아지면서 일부 술렁이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 직원들이 중심을 잡고 일해야 하는데, 밖에서 공격하니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회의 때마다 ‘밖의 정치인 이야기는 정치 이야기, 우리는 중심 잡고 일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선거 사무실 앞에서 신발 끈도 묶지 말라고 한다. 선거로 조직 내부가 느슨해질 수 있다. 서울은 조금만 긴장을 풀어도 사고가 나는 곳이다.”
-최근 퇴근길 제설 실패도 느슨해져서 그런 것인가.
“사실 서울에 그런 한파에 눈이 내린 게 10년도 더 된 일이다. 그간 눈이 쌓인 적이 없고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그렇다 보니 제설 담당자도 따뜻한 겨울에 익숙해졌던 게 아닌가 싶다. 좀 더 긴장했어야 했는데, 내 불찰이 크다. 신종 코로나도 확산하지 않도록 최고 수준의 긴장을 유지하고 있고, 설 연휴 이전에 신규 확진자를 100명 이하로 낮춰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반년 동안의 권한대행 경험에 비춰 서울시에 필요한 리더십은.
“서울시 공무원들을 믿고 신뢰하면서 권한을 과감하게 이양해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리더십이다. 어마어마한 조직이 권한대행 체제에서 조금 느슨해질 수 있고 말을 안 들을 수도 있었지만, 대과 없이 여기까지 왔다. 직원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4월 7일 이후 계획은.
“여야에서 러브콜을 받는다는 '찌라시'가 돌았다던데 그런 일 없고, 지금 하는 일 이외에 다른 생각할 여유도 없다. 새로운 시장 체제가 자리 잡을 때까지 서울시라는 거대한 조직이 최상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현재 내 계획은 거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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