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미국 인텔과 대만 TSMC에 밀려 3위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라는 영광의 타이틀이, 동시에 'D램 가격에 따라 춤추는 영업이익'이라는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는 셈이다. 올해 D램 가격 대세상승 전망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지나친 편중 구조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난해 반도체 영업익 세계 3위"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약 19조원 추정)은 인텔, TSMC에 이어 세계 3위가 유력하다. 2019년(14조200억원)보다 35%나 뛰었음에도 글로벌 경쟁사를 앞서지 못한 것이다.
지난 21일 공개된 인텔의 지난해 매출은 779억달러(85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237억달러(26조2,000억원)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대형 고객의 잇따른 '탈 인텔' 선언으로 사세가 기울었다는 시장의 우려를 비웃듯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 실적을 공개한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는 지난해 매출이 1조3,393억대만달러(약 52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5,665억대만달러(약 22조4,000억원)로 집계됐다. 매출은 삼성전자(약 73조원 추정)보다 20조원 이상 낮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3조원 가량 많다. TSMC는 2019년 영업이익(14조7,216억원)이 삼성전자(14조200억원)와 비슷했는데 지난해 격차를 더 벌렸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기이던 2017~2018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1위 자리에 올랐던 삼성전자는 이후 인텔에 이은 2등을 거쳐, 작년엔 TSMC에 밀리며 3위로 내려앉은 것이다.
"D램 호황으로 내년 영업익 60조" 전망도
이 같은 희비는 3사의 영업이익률 차이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26% 수준으로 추정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률은 TSMC(42.3%), 인텔(30.4%)보다 낮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D램 경쟁력과 달리, 시스템반도체나 파운드리 분야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점을 약점으로 꼽고 있다.
역설적으로 증권가에선 지난해 바닥을 친 D램 가격을 근거로 올해와 내년 삼성전자 실적의 대폭 향상을 점치는 분위기다. 올해 메모리 부문 영업이익(26조원 추정)이 작년(17조7,000억원 추정)보다 46%나 뛸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체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도 올해 27조~28조원에 이어 내년에는 60조원 돌파도 가능하다는 전망(키움증권)까지 나올 정도다. 앞서 삼성의 역대 최고 반도체 영업이익은 2018년 44조5,700억원이었다.
미래 먹거리 시스템반도체 육성 '빨간불'
삼성전자의 걱정은 D램 가격이 다시 떨어지는 시기다. 지금 같은 D램 편중 구조에서는 영업이익 급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영업이익은 1조7,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반도체 영업이익의 8%에 불과하다.
여기에 세계 반도체 산업 중심축도 D램·낸드플래시 등 데이터 저장용 반도체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전체 시장에서 시스템반도체 비중(56.5%)은 메모리반도체(26.3%)의 2배를 웃돈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미국의 점유율이 60%로 압도적이다.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으며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부회장의 재수감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부문에선 TSMC가 올해 역대 최고 투자를 예고하며 삼성과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며 "삼성으로선 총수 부재로 대응 여건이 녹록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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