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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숙 교수의 헬시에이징] ‘영혼을 갉아 먹는’ 치매 치료제 개발 가속…머지않은 치매 해방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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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숙 교수의 헬시에이징] ‘영혼을 갉아 먹는’ 치매 치료제 개발 가속…머지않은 치매 해방의 날

입력
2021.01.25 18:00
수정
2021.01.26 09: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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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평생을 이어온 연마저 끊게 하는 치매를 치료하는 약물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평생을 이어온 연마저 끊게 하는 치매를 치료하는 약물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영혼을 갉아먹는 병’ 치매는 유전과 생활습관, 환경 같은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한다. 우리나라 치매 환자가 70만명을 넘어섰고, 2024년 100만명, 2039년 200만명, 2050년에는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12분마다 한 명씩 치매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60분마다 치매로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근본적인 치매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지난 10여년 동안 미국 등에서 수십억 달러가 투입됐지만 제대로 된 연구 결과는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오는 3월 7일 바이오젠이 개발한 치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 물질인 ‘아두카누맙’을 치매 치료제로 승인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만일 아두카누맙이 2003년 이후 17년 만에 FDA로부터 치매 치료제로 승인된다면 세계 최대의 블록버스터 약이 될 것이다.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속 플라크(plaque)인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에 달라붙게 설계된 단일 클론 항체다. 치매 연구자들은 대부분 뇌 속 아밀로이드-베타와 신경세포 안의 타우 단백질이 잘못 접혀 응집되거나(plaque) 엉키면서(tangle) 뇌세포를 파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두카누맙은 뇌 속에 생긴 플라크에 달라 붙어 이를 제거한다. 그러면 뇌세포가 더 이상 파괴되지 않아 사고력이나 기억력, 행동 등도 악화되지 않는다. 아두카누맙이 FDA 승인을 받는다면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늦추는 최초의 약이 된다. 그러면 알츠하이머병도 암이나 당뇨병처럼 만성 질환으로 바뀔 것이다.

지금까지 뇌 속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를 없애면 알츠하이머병을 고칠 수 있다는 ‘아밀로이드-베타 가설’이 의심을 받았다. 여러 임상 시험에서 아밀로이드-베타가 뇌에서 제거돼도 알츠하이머병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두카누맙의 효과가 인정을 받으면 20년 전에 세워졌던 가설이 옳았다는 걸 뜻한다.

아두카누맙이 FDA 승인을 받더라도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 뇌 속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 존재 여부를 확인하려면 아밀로이드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이 필요하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됐다면 4주마다 정맥 주사약을 맞아야 하는데 부작용도 적지 않다. 30% 정도에서 뇌부종이 나타났고, 뇌출혈도 10%에서 발생했다. 1년 치료비도 5,500만원이나 된다.

아두카누맙이 FDA 승인을 받지 못한다면 알츠하이머병을 어떻게 해야 할까. 완치 약은 없지만 보조적인 치료법은 적지 않다. 뇌세포 엉킴을 유발하는 타우 단백질을 없애는 약물이 임상 시험 중이다. 섬광등을 사용해 특정 뇌 리듬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치매를 늦추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또 다른 치료법으로 몸 안에서 소화 효소로 분해되지 않은 성분을 발효시켜 영양소와 에너지 공급을 돕는 장내 미생물 균형을 유지하면 인지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뇌 건강에 중요한 가스 인산화 질소를 바꾸는 약이 개발되고 있다.

이 밖에 줄기세포와 세포외소포체(EVㆍextracellular vesicles)를 이용해 신경을 재생해 치매를 고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평생 이어온 부모 자식 간의 연마저 끊게 하는 치매에서 해방될 날도 그리 머지 않았다.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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