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머리가 깨질 듯 지끈거린다. 여성은 99%, 남성은 94%가 평생 한 번 이상 두통을 경험한다. 만성적이고 극심한 두통으로 병원을 찾은 이가 2019년에만 215만5,940명이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두통 원인은 300가지가 넘을 정도로 많고, 증상도 다양하다. 그런데 진통제로 두통을 해결하고 마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두통이 심각한 뇌 질환을 알려주는 강력한 위험 신호일 수 있기에 결코 무시해서도 안 된다. 지난 23일은 두통도 질병이라는 인식을 높이기 위해 대한두통학회가 정한 ‘두통의 날’이다.
◇원인 없는 ‘일차성 두통’, 두통약으로 수년간 방치
두통은 기본적으로 특정 원인 없이 증상에 기초해 진단하는 ‘일차성(원발성) 두통’과 뇌종양ㆍ뇌출혈ㆍ머리 외상ㆍ치아 질환ㆍ부비동 질환 등 특정 원인 질환으로 발생하는 ‘이차성 두통’으로 나뉜다.
일차성 두통은 뇌 바깥을 감싸는 혈관ㆍ말초신경ㆍ근육 등이 원인이다. 긴장형 두통ㆍ편두통ㆍ군발(群發ㆍcluster) 두통이 이에 해당된다.
긴장형 두통은 가장 흔한 두통이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스트레스ㆍ과로ㆍ피로ㆍ심리적 문제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거나 서 있어도 생길 수 있다.
편두통은 ‘머리가 욱신거린다’ ‘머리에서 맥박이 뛰는 것처럼 쿵쿵 울리듯 아프고 속이 메스껍다’ 등으로 표현될 정도로 극심한 두통이다. 짧으면 몇 시간에서 길면 사흘 정도 통증이 지속된다. 편두통을 머리 한쪽만 통증이 생긴다고 여기지만 환자의 50% 정도는 머리의 다양한 부위에서 아프다.
이은재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두통이 하루 4시간 이상, 한 달에 보름 이상 지속되고 이 중 8일 이상 편두통 양상을 보이며 3개월 넘도록 지속되면 만성 편두통”이라며 “두통이 자주 발생해 진통제를 주기적으로 먹을 정도라면 예방약을 먹는 게 좋다”고 했다.
예방 치료제로는 릴리의 CGRP 억제 주사제 ‘앰겔러티’가 있다. 앰겔러티는 한 달에 15일 이상 편두통을 겪을 정도로 심각한 만성 편두통 환자 4명 중 1명에서 편두통 발생 일수를 절반 이상 줄였다(REGAIN 임상).
군발 두통은 1~2시간에서 몇 주 이상 지속되는 매우 고통스러운 두통과 함께 눈물ㆍ눈 충혈ㆍ코막힘ㆍ땀 같은 자율신경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눈을 칼로 도려내는 듯한 고통’ ‘차라리 머리를 벽에 찧는 것이 나을 듯한 고통’이라고 입을 모을 정도로 통증이 매우 극심하다.
주민경 대한두통학회 부회장(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은 “군발 두통은 연평균 진료 환자가 1만명 정도에 그칠 정도로 희소 질환인 데다 진단 검사법이 없어 문진(問診)으로만 진단해야 하는 한계가 있어 진단까지 평균 5.5년 정도 걸린다”고 했다.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이 존재하고 최근 출시된 예방 치료제(릴리의 앰겔러티)가 희귀 의약품으로 승인을 받았음에도 이렇다 할 만한 지원이 없다.
◇뇌졸중 원인 ‘두통’, 언어장애ㆍ감각이상 동반
이차성 두통은 특정한 원인이 있는 두통이다. 뇌혈관 질환뿐만 아니라 감염성 질환이나 약물, 알코올 등 특정 물질에 의한 경우를 포함한다. 이때는 두통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뇌졸중은 고혈압ㆍ당뇨병ㆍ동맥경화 등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발병 즉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두통과 함께 언어장애ㆍ감각 이상ㆍ편측마비 등이 동반된다. 갑자기 머리를 무언가로 얻어맞은 것처럼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손상돼 발생하는 뇌졸중(뇌경색ㆍ뇌출혈) 증상일 수 있다.
만성피로는 두통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스트레스가 많이 누적됐거나 잠이 부족하면 누구나 피로해진다. 이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면 만성화돼 잠을 자도 피로가 해소되지 않는다. 그 결과 심한 두통을 비롯해 신체 전반적으로 다양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목 디스크 역시 두통의 원인일 수 있다. 바르지 못한 자세를 많이 취하는 직장인, 학생 등은 목이 제 위치를 벗어나 변형되기 쉽다. 이렇게 되면 경추 수핵이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는 목 디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목 디스크가 발생하면 두통은 물론 어깨 통증과 손, 팔이 쉽게 저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정성우 교수는 “긴장이 심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누구나 두통을 겪을 수 있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두통이 지속된다면 몸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두통이 뇌출혈ㆍ뇌종양 등 뇌 질환에 의해 발병한 것이라면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두통을 느낄 때는 커피ㆍ홍차ㆍ콜라 등 카페인이 많은 음식은 피한다. 글루탄산염(MSG)이 다량 첨가된 인스턴트식품이나 육가공품도 피해야 한다. 치즈ㆍ초콜릿ㆍ양파ㆍ적포도주ㆍ호두ㆍ바나나ㆍ콩ㆍ파인애플 등에 함유된 아민 성분도 두통 환자에게는 피해야 하는 음식이다.
[두통의 위험신호]
-과거에 경험한 적이 없는 두통이 갑자기 시작한 경우
-어린이, 중년 성인, 암환자, 항응고제나 면역억제제 사용 환자, 임신부에게 새로 발생한 두통
-기침, 운동, 성행위와 연관돼 갑자기 두통이 발생한 경우
-누웠을 때보다 서 있을 때 악화하는 두통
-두통이 점차 심해지거나 양상이 이전과 다르게 변화한 경우
-구역ㆍ구토, 의식 소실이나 뇌전증 발작이 두통과 동반된 경우
-두통이 발생한 반대쪽 신체에 마비, 감각 저하 등이 나타난 경우
-50세 이후 처음으로 두통이 시작된 경우
-시력이 점점 떨어지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기 힘든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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