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이ㆍ가족력, 예방적 난소ㆍ난관절제술 고려해야
‘건강하게 잘 지내다 갑자기 난소암 3기 진단을 받았어요.’ 난소암 환자에게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난소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고 치명률도 높아 전문가들은 ‘침묵의 암살자’로 부른다.
여성의 자궁 양옆에 작은 살구씨 모양으로 존재하는 난소는 생식세포인 난자를 보관ㆍ성장시키고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같은 호르몬을 만들어 분비하는 중요 생식기관이다. 이런 기능적 역할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종양이 발생하기 쉬운 곳이기도 하다.
난소암은 바로 이 난소에 발병하는 암으로서 표면 세포에 생기는 상피성 난소암이 80%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암으로 사망한 여성의 47%가 난소암 때문이었다. 자궁경부암ㆍ유방암ㆍ갑상선암 등 다른 여성암보다 현저하게 생존율이 낮다.
난소암은 ‘BRCA1’, ‘BRCA2’ 같은 특정 BRCA 유전자의 돌연변이 또는 난소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고위험군으로 알려져 있다.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인 안젤리나 졸리가 예방적인 유방 및 난소난관절제술을 받은 이유가 바로 이 BRCA 유전자 때문이다. 또한 빠른 초경과 늦은 폐경, 임신ㆍ출산 경험이 없는 경우 등 배란을 오랫동안 하는 것도 위험 요인에 속한다. 최근에는 젊은 여성에서 흔히 관찰되는 자궁내막증 환자에서 투명세포 난소암이 발견된다는 보고도 있다.
난소암을 예방하려면 경구용 피임약 복용이 고려된다. 이는 난소가 반복적으로 생성 및 소멸되는 배란 횟수를 줄여 난소를 쉬게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경구용 피임약을 5년 이상 꾸준히 복용하면 50% 이상 난소암의 발생 위험이 줄어든다. 다만 피임약 복용에는 출혈ㆍ혈전ㆍ유방 통증ㆍ두통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는 만큼 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골반 깊은 곳에 위치한 난소는 암이 발병해도 뚜렷한 증상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골반 부위의 불편감이나 소화가 안 되는 듯 한 더부룩함, 하복부 팽만감 정도가 발현 증상이다.
문제는 이마저도 초기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아 난소암의 70% 이상은 3기 넘게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진단에는 부인과 질초음파 검사와 종양 표지자인 CA125 검사를 한다. 악성이 의심되면 난소 성질과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ㆍ자기공명영상(MRI)ㆍ양전자 방출 컴퓨터단층촬영(PET-CT) 검사 등이 활용된다. 물론 가장 확실한 진단은 수술로 떼어낸 조직을 검사하는 것이다.
난소암은 수술로 병기를 결정한다. 재발할 때가 많아 수술과 항암 치료를 병행하여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표준 치료다. 수술 시에는 직접 눈으로 암세포 전이 정도를 확인 후 최대한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복강경보다 개복술로 대개 진행된다. 그리고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 암세포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대부분 수술 후 보조 항암 치료를 시행한다.
장하균 고려대 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최근 서구화된 생활습관으로 난소암 발병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특이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고 했다.
장 교수는 “국내 난소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2.1% 정도이지만 적극적인 검사로 초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높아지기에 질초음파 검사나 종양 표지자 검사 등을 적극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다”며 “특히 유전자 변이가 있거나 가족력이 있으면 예방적 난소ㆍ난관 절제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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