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일했는데..." 100만원대에 갇힌 월급 명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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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일했는데..." 100만원대에 갇힌 월급 명세서

입력
2021.01.26 10:00
수정
2021.01.3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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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서사

편집자주

당신은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피·땀·눈물의 대가로 월급을 받지요. 그런데 누군가 그중 수십, 혹은 수백만원을 늘 떼간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노동시장의 최하부에 위치한 간접고용 노동자 100명에게 '중간착취'에 대해 묻고, 그 지옥도(地獄圖)를 펼쳐보기로 했습니다. 중간착취를 금지한 근로기준법(제9조)은 과연 누구를 보호하고 있는 것일까요


한국일보가 인터뷰한 간접고용 노동자 100명 중 11명이 자신의 월급 명세서를 보내왔습니다. 한 노동자는 월급 변화를 비교할 수 있게 10년 전 월급 명세서를 함께 보냈고, 다른 노동자는 꼬깃꼬깃한 월급 명세서를 휴대폰으로 찍어서 보내줬습니다.


다른 사람의 월급 명세서를 본 적이 있나요?

여기 콜센터 상담원, 은행 경비원, 주차관리원, 철도 역무원, 청소 노동자, 파견직 사무보조원, 발전소 노동자의 월급 명세서가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용역·파견·위탁업체 등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 월급 명세서에는 이들이 일하는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①100만원 대에 갇힌 월급

한국일보가 인터뷰한 간접고용 노동자 100명 중 종일 근무하며 월급제로 급여를 받는 노동자는 86명. 이 중 절반(43명)의 세후 월급이 100만원 대였고, 200만원 대는 34명(40%), 300만원 대는 9명(10%)이었습니다.

2018년, 2019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랐지만 회사가 각종 수당, 식대, 교통비 등을 없애면서 월급은 100만원 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월급이 200만원이 넘는 노동자들도 처우가 좋아서가 아닙니다. 이들 월급엔 더 오래, 더 어려운 여건에서 몸을 혹사시킨 대가로 받는 연장 수당, 야간 수당 등이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②경력이 쌓이지 않는 월급

14년 차 철도 역무원은 지난해 163만원을 받았고, 10년 차 은행 경비원은 191만원을 받았습니다. 많은 용역·파견업체가 노동자들과 1년 마다 새로 근로계약을 맺기 때문에 월급에도 연차가 쌓이지 않습니다. 20년 일한 숙련 직원이 갓 입사한 신입직원과 똑같이 최저임금을 받는 것이 간접고용 세계의 또 다른 풍경입니다.

③다른 비정규직보다 더 낮은 월급

비정규직 중에서도 직접 고용된 계약직 노동자(기간제)들의 지난해 평균 임금은 239만원이었습니다.(한국비정규센터 2020년 8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분석) 하지만 같은 시기 용역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190만원, 파견 노동자는 217만원. 20만~50만원 정도 적습니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유난히 적은 이유는 뭘까요.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원청이 평균 임금인 ‘시중노임단가’를 기준으로 노무비를 지급해도 용역·파견업체가 중간에서 상당 부분 뗀 후 최저임금만 지급하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170만원을 받는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상담원들은 2019년부터 3년째 임금이 동결돼 사실상 감소했고, 지난해 183만원을 받았던 아파트 경비원 김찬섭 (가명·72)씨는 올해 월급이 2만5,000원 오른다고 합니다.

이들의 월급은 언제쯤 200만원이 될까요.


100만원 대에서 멈춘 월급

은행 경비원 강지선(가명·39)씨 월급 명세서. 2011년엔 기본급은 낮았지만 다른 수당 (무술수당+근속수당+시간외수당+기타지급합계(etc Tot))을 합한 돈이 42만원이 조금 넘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올라 기본급이 오르자 수당을 하나씩 없앴고 2020년 급여명세서엔 모두 사라졌다. 지급내역의 수당 칸이 ‘0’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지선씨의 월급은 132만원에서 191만원으로, 10년 동안 59만원 올랐다.


철도 역무원 이재흥(55)씨의 지난해 8월 월급 명세서. 총 169만원을 받았지만, 휴무인 동료를 대신해 일한 ‘시간 외 수당’ 5만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이 수당을 뺀 이씨의 순수 월급은 164만원. 14년 차 역무원인 이씨의 월급은 왜 이렇게 적을까. 이씨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 소속으로 코레일의 위탁업무를 맡는다. 코레일네트웍스는 업종 평균임금인 ‘시중노임단가’를 지급하기로 한 합의해놓고 최저임금만 지급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상담원 김수정(가명·49)씨의 월급 명세서. 2019년부터 170만원을 받았는데 도급업체가 올해도 임금을 동결해 1년 더 똑같은 월급 명세서를 받게됐다.


한국거래소에서 청소를 하는 신모(55)씨의 월급 명세서. 그의 월급은 173만원이다.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상여금과 유급 휴가가 사라졌다.


국립해양박물관 주차관리원 이모(58)씨의 월급 명세서. 그는 181만원을 받는다. 원래 식대 10만원이 있었지만 2018년 최저임금이 오를 때 식대가 없어지고 야간 연장근로 휴게시간도 30분 늘어나 월급은 제자리다.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상담원 염희정(45)씨의 월급 명세서. 상담팀장인 그는 상담원들보다 급여가 높아 195만원을 받는다. 원청인 한국장학재단이 도급비를 2.9% 인상했지만 도급업체가 상담사 임금을 동결해 올해도 같은 월급을 받는다.


한 중견기업에서 파견직으로 사무보조 일을 하고 있는 김시은(가명·27·여)씨의 월급 명세서. 그는 종일 회사에서 일해 월급 162만원을 받지만 파견회사는 그의 월급 10%가 넘는 17만원을 다달이 ‘수수료’로 떼어간다. 온라인 구직사이트에서 일을 구한 그는 파견회사에는 가본 적도 없고 담당자 얼굴만 두 번 본 게 전부다.


연장·야간 근무해야 받는 월급 200만원

울산 동강병원에서 조리원으로 일하는 김모(58)씨의 월급 명세서. 지난해 12월 월급은 207만원으로 돼 있는데, 이 때는 연장 근로를 많이 해서 시간외 수당이 31만원이 붙었기 때문이다. 10년 간 이 병원에서 조리원으로 일했지만 평소엔 170만원을 받는다.


남동발전 하청업체에서 연료·환경설비 운전 업무를 하는 김희철(가명·20대 중반)씨의 지난해 8월 월급 명세서. 그의 월급은 210만원이었다. 4조2교대로 일하는 작업장에서 한 달에 8일은 주간에 12시간, 다른 8일은 야간에 12시간씩 일해서 받은 대가이다. 그가 소속된 하청업체는 원청이 그의 몫으로 준 노무비 중 매달 100만원(추정) 정도를 '관리비'라는 명목으로 가져간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언제쯤 일한 대가를 온전히 받을 수 있을까.


철도 역무원 허용준(53·남)씨의 지난해 8월 월급 명세서. 그의 월급 208만원에는 야간 수당 15만5,000원이 포함돼 있다. 한 달에 열흘은 주간(오전 9~오후 7시), 나머지 열흘은 야간(오후 7시~ 다음날 오전 9시) 근무를 해 월급이 그나마 200만원을 조금 넘는다. 그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 소속이다.


하루 쉬면 8만원 깎이는 월급

부산 영도 한국해양박물관에서 청소를 하는 최용일(63·남)씨의 월급 명세서. 지난해 7월 163만원이었던 월급이 11월에는 140만원으로 줄었다. 이씨가 11월에 사정이 있어 연차를 사용한다고 했더니 용역업체는 안 된다며 이씨가 나오지 않은 3일을 ‘결근’처리 했다. 그리고 기본급에서 하루 8만원씩 총 24만원을 뺐다. 연차수당은 1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연차를 다음해 1월에 계산해 일괄 지급해야 하지만, 많은 용역업체들이 월급에 포함시켜서 미리 지급한다. 노동자들은 가뜩이나 적은 월급이 더 쪼그라들까봐 연차 사용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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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라 기자
박주희 기자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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