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블레어 英 총리가 선물한 처칠 흉상
부시·트럼프는 진열, 오바마·바이든은 제거
트럼프 지우기인가... 존슨 "억측은 자제해야"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바다 건너 미국에서 수난을 겪고 있다. 그의 흉상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집무실에서 자취를 감췄다. 20년간 미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존경했던 인물이라 ‘트럼프 지우기’라는 해석부터 이유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20일(현지시간) 미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에 맞춰 새로 단장한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을 공개했다. 세자르 차베스, 마틴 루터 킹, 로버트 F. 케네디 등 인권 운동에 앞장섰던 인물들의 흉상이 대거 배치돼 눈길을 끌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첫날부터 자리를 지켰던 처칠 흉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2001년 7월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선물한 처칠 흉상은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다. 부시 전 대통령 임기 동안 백악관 집무실을 지켰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는 진열되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백악관에 다시 입성했지만 또 치워진 것이다.
백악관은 처칠 흉상을 없앤 이유에 관해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새롭게 형성될 미영 관계와 맞물려 처칠 흉상 실종 사건은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은 물론 가디언과 텔레그래프 등 영국 매체들도 일제히 해당 소식을 알렸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일부 영국 언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깝게 지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추측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평소 존슨 총리는 “처칠은 영국의 영웅”이라고 치켜세우며 극진한 존경심을 표했다. 지난해 6월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가 런던에 있는 처칠 동상에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낙서를 했을 때에도 “동상 훼손은 명백한 역사 왜곡 행위”라고 비판했다. 아예 올해 3월부터는 역사적 인물의 동상을 임의로 철거하거나 훼손하는 것을 막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는 처칠 흉상을 치웠던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역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당시 런던 시장이었던 존슨 총리는 언론 기고문을 통해 “영국 식민지였던 케냐 출신인 오바마가 그에 대한 반감 때문에 흉상을 제거한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다만 한 국가의 수장이라는 무게감 때문인지 이번엔 차분하게 반응하고 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개인 사무실을 원하는대로 꾸미는 것은 당연하다”고 두둔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전혀 의심하지 않으며 (존슨) 총리는 그와 긴밀한 관계를 맺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