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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19세기 달콤 로맨스냐, 뉴욕 홈즈의 추리냐

입력
2021.01.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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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뭘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넷플릭스와 왓챠로 나눠 1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우리 사랑인가요?" '브리저튼' 속 모두가 선망하는 남녀 다프네(왼쪽)와 헤이스팅스 공작은 사랑하는 듯, 사랑하지 않는 듯 교유하며 달콤하고 쓰라린 감정들을 만들어낸다. 넷플릭스 제공

"우리 사랑인가요?" '브리저튼' 속 모두가 선망하는 남녀 다프네(왼쪽)와 헤이스팅스 공작은 사랑하는 듯, 사랑하지 않는 듯 교유하며 달콤하고 쓰라린 감정들을 만들어낸다. 넷플릭스 제공



화려하고 달콤 쌉싸름한 사랑 이야기(넷플릭스 '브리저튼')

여왕이 흑인이다. 귀족 중에도 흑인이 눈에 띄고, 상류층엔 동양인이 제법 있다. 여왕을 모시는 시종들 역시 다인종이다. 어느 시대 어느 곳일까. 19세기 영국 런던이다. 농담이 심하다고 할 수 있다. 역사 왜곡이라고 화낼 수도 있다. 차분히 생각해 보자. 이젠 지겨울 정도로 활용되고 있는 평행우주론을 떠올려보자.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평행하는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이론을 따른다면 충분히 있을 만한 일이다.

19세기 영국 런던이 배경, 그런데 여왕이 흑인이다. 뭐 어떠한가. 정치적 올바름의 반영은 '브리저튼'의 미덕 중 하나다. 넷플릭스 제공

19세기 영국 런던이 배경, 그런데 여왕이 흑인이다. 뭐 어떠한가. 정치적 올바름의 반영은 '브리저튼'의 미덕 중 하나다. 넷플릭스 제공


①시대극에 대한 통념을 버렸다

시대극은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지우면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은 꽤 즐겁다. 달콤하면서도 씁쓸하게 사랑의 환희와 진통을 그린다. 볼거리는 화려하고 대사는 재치 있다. 수수께끼 같은 인물을 찾아내야만 하는 숨바꼭질까지 더해지면서 흥미를 돋운다.

1813년 어느 날 런던 상류층은 술렁인다. 막 성인이 된 남녀들이 사교 행사 데뷔를 앞두고 있어서다. 자작 집안인 브리저튼가(家)도 마찬가지다. 맏딸 다프네(피비 디네버)가 사교계에서 어떤 스포트라이트를 받을지, 명문가의 자존심을 이어갈 수 있을지 노심초사다. 단아한 용모의 다프네는 샤롯 여왕을 알현한 자리에서 큰 칭찬을 받는다. 이젠 어느 명문가의 어떤 멋진 남자를 만나 동화 같은 사랑을 나누냐만 남았다.

하지만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 노릇을 하는 오빠 앤소니(조너선 베일리)는 안절부절이다. 무도회마다 다프네를 따라다니며 흠결 있는 남자들을 막아내기 일쑤다. 다프네는 사랑은커녕 남자와 눈조차 마주치기 힘들다. 되려 다프네는 속물 귀족의 음모에 빠져 원치 않는 결혼을 할 위기에 처한다. 다프네는 앤소니의 오랜 친구 헤이스팅스(레게 장 페이지) 공작에 마음을 두지만, 오빠는 절대 반대다. 헤이스팅스는 바람둥이인데다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인물이라는 이유에서다. 다프네와 헤이스팅스가 밀고 당기는 사연을 주 에너지 삼아 이야기는 앞으로 나아간다.

다복한 브리저튼 집안. 맏아들 앤소니와 맏딸 다프네 등은 다채로운 사랑을 빚어내며 각자의 인생을 개척해 간다. 넷플릭스 제공

다복한 브리저튼 집안. 맏아들 앤소니와 맏딸 다프네 등은 다채로운 사랑을 빚어내며 각자의 인생을 개척해 간다. 넷플릭스 제공



②남녀평등 계급 갈등까지 포개다

다프네와 헤이스팅스의 연애담 외에도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가 포개진다. 가족의 명예만을 생각하는 앤소니는 평민 배우와의 사랑 때문에 고뇌한다. 다프네의 여동생 엘로이(클로디아 제시)는 결혼이 여성의 운명을 결정짓는 세태가 못마땅하다. 사랑놀이 대신 사회적 자아실현에 골몰한다. 브리저튼가의 이웃인 페더링턴가의 필리파(해리엇 케인)는 동화 같은 사랑을 꿈꾸지만 특출 나지 못한 외모 때문에 고민이다. 페더링턴가의 먼 친척으로 런던 사교계에 데뷔하려는 마리나(루비 바커)는 자유연애와 정략결혼 사이에서 자기 길을 찾다가 방황한다. 요컨대 드라마는 청춘남녀의 달달한 밀당을 넘어 남녀 평등과 계급 갈등 문제까지 담아낸다.

'브리저튼'에는 화려한 볼거리가 많다. 영국 바스와 요크에서 주로 촬영했다. 넷플릭스 제공

'브리저튼'에는 화려한 볼거리가 많다. 영국 바스와 요크에서 주로 촬영했다. 넷플릭스 제공


③의문의 여성을 찾아라

드라마의 화자는 휘슬다운이라는 의문의 여성이다. 사교계 소식지를 비밀리에 발행해 런던 상류층을 들썩이게 한다. 엘로이는 롤모델 같은 여성 휘슬다운을 찾아 나서고, 여왕 역시 그의 정체를 밝히려 한다. 정체불명 여인이 누구인지 찾는 과정은 이 드라마의 묘미 중 하나다. 제작자는 ‘그레이 아나토미’ 등으로 유명한 ‘미드 여왕’ 숀다 라임스다. 넷플릭스는 4년 계약으로 1억달러(약 1,200억원)를 주고 라임스를 영입했다. ‘브리저튼’은 넷플릭스와 라임스가 협업해 내놓은 첫 결과물이다. 줄리아 퀸의 소설 시리즈 ‘브리저트’ 중 ‘공작의 여인’을 밑그림으로 삼았다.

※권장지수 ★★★★(★5개 만점, ☆는 반개)

볼거리가 풍성하다. 화려한 패션이 특히 눈길을 끈다. 미국 패션 전문 매체 보그에 따르면 촬영을 위해 의상 7,500벌 가량이 동원됐다. 의상팀 인원은 238명이었다고 한다. 노출 수위가 은근히 높다. 공공장소에서 휴대폰 등으로 보다 얼굴이 화끈거릴 수 있다.



기존의 셜록 홈즈는 잊어라. 홈즈가 뉴욕으로 건너가 사건 해결에 나선다면. 왓슨이 여자라면. '엘리멘트리'는 만약에서 비롯된 잔재미가 적지 않은 드라마다. 왓차 제공

기존의 셜록 홈즈는 잊어라. 홈즈가 뉴욕으로 건너가 사건 해결에 나선다면. 왓슨이 여자라면. '엘리멘트리'는 만약에서 비롯된 잔재미가 적지 않은 드라마다. 왓차 제공



뉴욕에도 까칠, 명석한 홈즈가 있다(왓챠 '엘리멘트리')

추리극이다. 주인공은 셜록 홈즈. 잠시만.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한 드라마는 장면을 외울 정도로 지겹게 봤는데 웬 또 셜록 홈즈냐고? 그렇다. 셜록 홈즈, 그런데 다른 셜록 홈즈(조니 리 밀러)다. 배경은 미국 뉴욕. 홈즈의 영원한 조력자 왓슨(루시 리우)이 여자다. 홈즈는 마음에 상처를 입고 약 중독에 빠지기도 했다. 어떤가.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미국 CBS 드라마 시리즈 ‘엘리멘터리’는 셜록 홈즈가 마르고 닿지 않는, 화수분 같은 캐릭터임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셜록 홈즈는 런던에서 아픈 일을 겪고 뉴욕으로 건너왔다. 그의 삶을 흔들어놓은 일은 무엇이었을까. 왓챠 제공

셜록 홈즈는 런던에서 아픈 일을 겪고 뉴욕으로 건너왔다. 그의 삶을 흔들어놓은 일은 무엇이었을까. 왓챠 제공


①셜록 홈즈, 뉴욕에서 활동하다

사건은 욕망의 도시 뉴욕에서 주로 발생한다. 홈즈는 뉴욕경찰국을 도와 사건을 해결한다. 배우자를 없애려는 끔찍한 음모를 밝히거나 연쇄 살인범의 뒤를 쫓는다. 웬만한 이들은 놓쳤을 단서를 모으고, 연역적 추리를 동원해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다. 여기까진 당신이 알고 있는 홈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뉴욕의 홈즈는 문제가 좀 있다. 런던에서 사랑 때문에 큰 상처를 입었고, 마약 중독에 빠졌다. 홈즈의 아버지는 재활원에서 나온 아들이 다시 약물에 손을 댈까 우려해 보호자 왓슨을 고용한다. 왓슨 역시 아픈 과거를 지녔다. 실력 있는 외과의사였으나 의료 사고로 환자가 숨진 후 가운을 벗었다. 빼어난 능력을 지녔으나 마음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 두 사람은 사건 현장 등에서 언쟁과 갈등을 거듭하며 전우애 같은 우정을 쌓는다.

왓슨은 원래 외과의사였다. 의료사고로 가운을 벗은 그는 의학지식을 활용해 홈즈를 돕는다. 왓챠 제공

왓슨은 원래 외과의사였다. 의료사고로 가운을 벗은 그는 의학지식을 활용해 홈즈를 돕는다. 왓챠 제공


②속사포 수다에 까칠한, 그래서 매력적인

역시 매력 포인트는 홈즈다. 매사 까칠하다. 예의가 없고 배려조차 없다. 자신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직설적으로 전한다. 사건에 대한 추리나 상대방에 대한 지청구를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라지만 가까이 할 수 없는 인물. 그래도 홈즈 아닌가. 미워할 수 없다. 예리한 시선과 정확한 분석력으로 복잡다단한 사건을 단칼에 해결하니까. 여기에 인간적인 면모까지 은근히 갖췄다. 여자 때문에 상처 받고 힘겨워 마약에까지 손을 대다니. 냉정한 홈즈에게 찾기 힘들었던 인간미를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남녀가 함께 생활하며 사건을 해결하니 로맨스를 기대하게 된다. 까칠한 홈즈, 딱히 다정하지 않은 왓슨이 주고 받는, 은근한 밀당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왓챠 제공

남녀가 함께 생활하며 사건을 해결하니 로맨스를 기대하게 된다. 까칠한 홈즈, 딱히 다정하지 않은 왓슨이 주고 받는, 은근한 밀당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왓챠 제공


③왓슨이 여자니까, 어쩔 수 없이 썸이 있다

어쩔 수 없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남녀 사이의 은근슬쩍 밀당을 느끼게 된다. 컴버배치와 마틴 프리먼이 앙상블을 이룬 BBC 드라마 ‘셜록’ 시리즈엔 없던 재미다. 왓슨은 여자니까, 홈즈는 남자니까, 게다가 두 사람 곁에는 연인이 없으니까, 로맨스를 기대하는 건 자연스럽다.

그래도 드라마의 핵심은 추리다. 홈즈의 머리 회전 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시간이 순식간에 지워진다. 외로운 두 남녀가 같이 생활한다 해도 사랑이 불붙을 가능성은 강하지 않다. 홈즈는 사건이 없으면 우울해 하고, 사건을 쫓아 경찰의 무전 내용을 생중계로 들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미제사건 성애자’이니까.

홈즈와 아버지 사이의 관계도 관전 포인트. 아버지는 정말 왓슨을 고용한 걸까, 아니면 다른 이가 손을 쓴 걸까. 홈즈의 영원한 적수 모리아티 역시 등장한다. 선과 악을 대변하며 두 사람이 펼치는 두뇌싸움은 여전히 흥미롭다.

※권장지수 ★★★(★5개 만점, ☆는 반개)

재미있지만 어쩔 수 없이 비교하게 된다. 셜록 홈즈의 본고장 영국에서 만들어진 ‘셜록’에 더 마음이 끌리기 마련이다. ‘엘리멘트리’는 2012년 첫 방송돼 2019년까지 시즌7이 이어졌다. 재미를 보장해줄 만한 근거다. ‘기본(Elementary)’은 하는 드라마라고 할까. 왓챠에서는 시즌3까지 볼 수 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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