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생물 다양성 보고, 파푸아 라자암팟
코로나19로 관광객 끊기자 장수거북 산란
세계 10대 다이빙 명소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자 지구 곳곳을 여행하는 멸종위기 거대 거북들이 몰려와 알을 낳았다.
21일 템포 등에 따르면 지난해 내내 적어도 6마리의 장수(將帥)거북이 인도네시아 서부파푸아주(州) 라자암팟 해변에서 산란했다. 거북보호 활동가들은 “특별한 일”이라고 평했다. 산란 시기는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집중됐다.
활동가들은 장수거북이 알을 낳는 동안 해변을 지켰다. "개 같은 애완동물뿐 아니라 뱀 멧돼지 도마뱀 등 포식 동물로부터 거북 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활동가들은 알을 까고 나온 새끼 거북들을 포획해 포식 동물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자라면 바다에 풀어줬다. 그렇게 바다로 돌아간 새끼 거북은 약 200마리다.
라자암팟(현지어로 4명의 왕이라는 뜻) 제도는 세계 10대 다이빙 명소다. 이름처럼 4개의 큰 섬(와이게오, 바탄타, 미술, 살라와티)을 비롯해 1,500개가 넘는 섬과 암초로 이뤄져 있다. 전 세계 산호의 75%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해양 생물의 보고다. 덕분에 2019년에는 약 5만명이 다녀갔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엔 3월까지 7,000여명이 다녀갔고, 이후 파푸아 일대가 입도를 금지하면서 외부인의 발길이 거의 끊겼다. 인적이 드물어지자 거북들이 잇따라 알을 낳으러 온 셈이다.
몸길이가 3m를 넘기도 하는 장수거북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거북으로 평균 수명이 150년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 위기 동물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단계인 '위급'에 속한다. 사냥 당하고, 알을 뺏기고, 그물에 걸리고, 배와 충돌하고, 비닐 같은 플라스틱을 먹고 장폐색에 걸리는 등 인간들에 의해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대부분 거북들과 달리 등이 뼈로 이루어지지 않고 살로 이뤄져 있다. 등 표면은 가죽질 피부로 덮여 있어 영어 이름이 가죽등(leatherback)거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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