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봐도 해석 불가, 상상 초월... 세계의 이색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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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해석 불가, 상상 초월... 세계의 이색 표지판

입력
2021.01.23 10:00
수정
2021.01.2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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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표지판을 보면 그 나라가 보인다

한 나라를 인지하는 방법은 표지판으로도 가능하다. 멈추라는 ‘주의’나 ‘경고’가 때로는 자꾸 나아가게 부추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긴장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세상의 표지판을 모았다.

해석은 알아서, 볼리비아 헤디온다(Laguna Hedionda)

해석 난제의 표지판. 1분간 그 심오한 의미를 파악하고자 했으나 끝내 미스터리로 남았다. ⓒ강미승


해골로 대치한 위험 표시는 이 아찔한 풍경에 눈이 멀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경고일지도. 좀 어지러워지긴 하다. ⓒ강미승


확대하면 이렇다. 너무 사실적이다. ⓒ강미승


속세와 완벽히 결별한 이곳에선 굳이 접근하지 않아도 기상천외한 몸짓의 플라밍고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강미승

헤디온다 호수는 볼리비아에서 우유니 3일 사막 투어에서 감동을 안기는 곳이다. 눈처럼 하얀 소금밭에서 안데스 산맥을 배경으로 날갯짓하는 플랑밍고가 현미경으로 보듯 선명한 자태를 뽐낸다. 남녀의 노상방뇨 및 흡연, 음료 섭취 금지가 그려진 검은 표지판까진 이해했다. 그러나 호수 위를 나는 플라밍고에 그어진 빨간 줄은 무엇일까. 말이 통하지 않는 홍학에게 날지 말라고 경고하는 표시일까, 아니면 여행자에게 새를 만지지 말라고 충고하는 걸까? 알 수 없다. 하기야 이해 불가한 일들이 수시로 벌어지는 볼리비아와 퍽 닮았다.

퀴즈! 어떤 동물이 튀어나올까요? 호주 전역

어느 시간 많은 여행자가 캥거루를 공룡으로, 코알라를 고양이로 둔갑시켰다. 운전의 고단함이 잠시 사라진다. ⓒ강미승


코알라의 달리기 속도는 평균 시속 32㎞. 보통 100㎞ 이상인 차 속도보다 훨씬 느리다. ⓒ강미승

호주 특유의 에뮤와 캥거루 주의 표지판. 낮에는 웃어넘길 법하지만 밤에는 확실히 긴장해야 한다. ⓒ강미승

호주는 각종 표지판만 모아도 책 한 권은 뚝딱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캥거루 그림은 수시로 만나고, 주 경계를 넘을 때마다 또 다른 동물 표지판이 등장한다. 한국보다 약 77배 큰 땅덩어리라는 걸 실감한다. 물아일체의 경지에 다다르는 무념의 장거리 운전을 하다 보면, 표지판에 그려진 동물을 보고 다른 주로 넘어왔음을 알게 될 정도다. 일종의 미션이자 게임 같다. 저 표지판의 동물을 실제 만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개체를 어떤 방식으로 만나게 될까. 게임의 난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아무리 운이 없는 사람도 반드시 표지판 속 야생동물을 만나게 돼 있다.

바람의 신을 조심하라, 칠레 토레스델파이네(Torres del Paine)

위트를 가미한 완벽한 표지판. 바람의 신이 너를 물리칠지도 모를 거란 아이콘이 기막히다. ⓒ강미승


웅장한 피츠로이 산세를 배경으로 한 컷. ⓒ강미승


발은 앞으로 향해 있는데, 자꾸 백스텝을 밟는 이유는 왜일까. 호수는 스스로 폭포가 된다. ⓒ강미승


당신이 잠든 사이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세상에서 겪고 싶지 않은 일 중 하나다. @iOverlander

남아메리카 최남단 파타고니아엔 최고의 트레킹 코스임을 자부하는 쌍두마차가 있다. 바로 칠레의 토레스델파이네 국립공원, 그리고 칠레와 아르헨티나 국경선에 우뚝 선 피츠로이산이다. 토레스델파이네에는 차를 몰고 달리다가 한 지점을 치고 빠지는 짧은 트레킹 코스가 펼쳐진다. 살토그란데(Salto Grande)를 방문하기 전, ‘차박’ 장소를 물색하다가 눈을 의심케 하는 정보를 읽었다. 1톤은 거뜬히 넘는 풀옵션 캠핑카가 옆으로 픽 쓰러져 있다. 주차된 차 대부분이 기관총에 난자된 듯 유리창이 박살 나 있었다. 바람의 신이 주범이다. 이곳 좁고 날카로운 협곡에서 차를 밀어붙이는 바람의 속도는 시속 120㎞에 달하기도 한다. 트레킹을 할 때에도 몸이 풍선인형처럼 제멋대로 춤을 춘다.

수영의 조건, 오만 와디 바니칼리드(Wadi bani Khalid)

수영하고 싶으세요? 몸을 최대한 가리세요. 어깨나 무릎은 남자친구에게만 보여 주세요. ⓒ강미승


그러나 까다로운 수영 복장 조건은 현지 아이들에겐 해당하지 않는가 보다. 상반신 탈의 후 점프! ⓒ강미승

도로에서 낙상하는 고약한 상상을 거듭한 뒤에야 나타난 사막 속 오아시스. 입이 바싹 마르는 모래바람이 부는 가운데, 초록빛 야자수와 호수가 수영하라 유혹한다. 봄빛 이파리를 녹인 듯한 물 빛깔이다. 단, 복장에 조건이 있다. '민소매 금지, 무릎 공개 자제'다. 좀 더 깊은 협곡으로 트레킹을 하다 보면 저 신성한 물에 몸을 담그지 않는 것은 유죄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뛰어들었다. (마침 보유한 수영복이라고는 비키니 밖에 없어서) 정직한 여행자로서 입은 복장 그대로 풍덩! 그 나라의 문화는 소중하니까.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엘살바도르 산타아나(Santa Ana)

아리따운 광장 한가운데 뭔가 불편한 표식이 레이더에 걸렸다. 이곳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무엇. ⓒ강미승


영화에서 학습한 위험이 현실과 매우 가까운 듯하다. 과연 총 쏠 작정을 한 사람이 이 표지판을 보고 멈칫할까. ⓒ강미승

산타아나는 엘살바도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커피 원두의 고장으로도 알려졌다. 여행의 중심축이 되는 자유광장(Parque Libertad)으로 갔다. 날씨도 좋고 사람들도 친절했다. 자유를 표방하는 여신상이 식민지시대 콜로니얼 건축물을 대표하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그 순간 반경 100m에서 질주하던 한 사내가 경찰에게 수갑이 채워져 끌려가고 있었다. 아, 여기는 중미의 갱단으로 이름을 날리는 나라였지. 그제야 광장 한가운데 권총 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다. 마치 음주 금지 안내판처럼 자연스러운데 볼수록 의문이다. 소지 금지일까, 발사 금지 일까?

녹차 밭의 뜀박질? 스리랑카 하푸탈레(Haputale)

뜀박질 제한 속도가 시속 12㎞인지, 차의 속도를 그리 제한하는 건지 잠시 알쏭달쏭했다. ⓒ강미승


하푸탈레에는 해발 1,400m 고지에서 100% 손으로만 딴 찻잎을 취급하는 농장이 이어진다. ⓒ강미승


이동하는 차는 자주 뿌연 안개와 푸른 찻잎에 포획 당한다. ⓒ강미승

하푸탈레는 스리랑카에서 눈 호강하는 여행지로 빠지지 않는 ‘풍경 깡패’다. 안개에 포획 당한 초록빛 차밭에 언뜻 꽃이 핀 듯했다. 사람의 뒷모습이었다. 찻잎 담을 자루를 머리에 건 채 예술적으로 손을 놀린다. 층층 계단의 농장을 달리는 환상에 빠진다. 그러나 운전대를 잡았다면 깨어 있으라. 도로 양 옆 차밭 사이를 수시로 넘나드는 노동자가 있으니. 한국에서 어린이 보호구역의 제한 속도가 시속 30㎞인 것을 고려하면, 시속 12㎞는 얼마나 인내가 필요한 속도인지 짐작할 것이다.


강미승 여행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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