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어디서 뭐했는지 보고 안 했으니 시말서 쓰라"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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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어디서 뭐했는지 보고 안 했으니 시말서 쓰라"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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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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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직장인 옥죄는 감시

편집자주

지난해 1월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상륙했다. 그 뒤 1년간 3차례 대유행을 겪으면서 전 국민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 와중에 놓쳐버린 것들도 있다. 다섯 차례에 걸쳐 되짚어 본다.


퇴근길 직장인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


①콜센터 상담원인 A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 회사에선 재택근무 컴퓨터 위에다 웹 카메라를 달라고 했다. 회의와 교육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런가 보다 하고 달았는데, 정작 화상 회의나 온라인 교육은 고작 한 달에 한두 번 한 게 전부였다. 별 필요 없이 거추장스럽다는 직원들의 불만과 반발이 쌓이자, 회사는 그제야 '고객정보 유출'이 걱정돼서라고 했다. "에두르긴 했지만 결국 너희들을 못 믿겠으니 감시하겠다는 얘기잖아요." A씨의 불만이다.

②인천의 직장인 B씨는 퇴근 뒤 친한 친구들과 조촐한 술자리를 가진 뒤 소셜네크워크 서비스(SNS) 계정에다 사진을 찍어 올렸다. 그런데 며칠 뒤 직장 상사는 B씨를 호출했다. 상사는 “코로나19인데 굳이 그런 술자리를 가져야 하나”라며 B씨를 질책했다. 한 번만이 아니었다. 그 뒤로도 SNS를 보고 '여긴 어디냐' '여긴 누구랑 갔느냐' 캐묻기 일쑤였다. 감시당하는 기분이라 항의하고 싶었지만, 그저 SNS 활동을 접은 뒤 입을 꾹 닫고 있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직장 내 갈등도 늘어나고 있다. 명목은 '온라인 근무 편의성 제고' '방역지침 준수' 같은 것들이지만 사실상 사생활 침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서다.

전문가들은 당연히 문제가 된다고 대답했다. A씨의 경우에 대해 김하나 법무법인 해우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하려면 범죄의 예방·수사에 필요한 경우 등으로 그 목적이 엄격하게 제한될 뿐 아니라, 당사자의 동의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며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B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사가 B씨의 SNS를 자주 들여다본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지만, 업무시간 이외 시간까지 방역수칙에 어긋난 행동이 없었는지 계속적으로 간섭하는 건 지나치다는 얘기다.

물론 회사의 위기감을 이해할 만한 구석도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순간, 해당 층은 물론 심지어 건물이 통째로 폐쇄되고, 동료 직원들은 줄줄이 진단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회사로선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 아무리 방역의 필요성이 있다 해도 과도한 사생활 침해는 아닌지, 사안별로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게 노동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A,B씨 사례는 그나마 약과다. 직장인 C씨는 아예 '동선 보고'를 지시받았다. 출퇴근 때 몇 번 버스를 탔는지, 점심 때 누구와 만나 어디서 식사를 했는지 일일이 보고하라고 한 것이다. 처음엔 방역을 철저히 하려나 보다, 하고 말았는데 옆 사무실 동료가 '동선 보고 부실'을 이유로 시말서까지 쓰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직장이 지방에 있는 D씨는 한동안 아예 지방에서 살았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크게 번져 나가면서부터다. 회사에서는 평일은 물론 주말까지 어디를 어떻게 다녔는지 동선을 보고하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주말에 홀로 살짝 부모님 계신 서울에 다녀오는 일도 포기했다. 격주에라도 한 번 다녀오려 했으나 회사 측이 워낙 엄포를 놓는 바람에 포기했다.


노동인권단체인 직장갑질119가 개설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공개 채팅방 대화 내용의 일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이유로 사측이 근로자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이동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호소 등을 담고 있다. 직장갑질119 제공


전 민주노총 법률원장 권두섭 변호사는 “퇴근 시간 이후는 노동자가 사용자와 근로 지휘·감독 관계에서 벗어난 시간이기 때문에 노동자가 동선을 보고해야 하는 아무런 의무가 없다"고 지적했다. 직장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을 경우,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 등에 대해서 동선을 파악할 수는 있다. 권 변호사는 "하지만 그 보고를 받는 것도 방역당국의 지도 아래서 하는 것이 합당한 업무명령권"이라 했다.

어떤 회사는 연차를 강요하기도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영업이 잘 안 되니 돌아가며 쉬자는 제안이 대부분이다. 물론 '제안'이란 건 말이 그렇다는 거다. 윤지영 공익인권재단 공감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상 연차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는 것"이라며 “사업주는 긴박한 이유나 경영상 판단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코로나19로 일이 없다는 이유로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당한 사례도 있다. 종사자 전체에 대해 진단검사 등을 시행하는 경우다. 가령 경기 안산시는 지난달 17일 ‘어린이집 등 보육 시설 종사자 전체를 대상으로 2주마다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보육교사들 항의가 빗발치자 안산시는 "2주마다 검사는 의무사항은 아니며 필요한 사람에 한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물러섰다.

하지만 이 경우는 방역지침에 따른 절차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권두섭 변호사는 “밀접 접촉자가 음성 판정을 받더라도 일정 기간 자가격리를 하도록 한다든가, 어린이를 돌보는 보육교사가 무증상자라도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정당한 권한 행사이기 때문에 부당하다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중요한 건 개별 사안별로 얼마나 합리적인 수준의 결론을 내리느냐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코로나19 방역이 중요하지만 지나친 사생활 침해는 중단돼야 하고 적정선이 어디쯤인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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