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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대책, 기관끼리 책임 떠넘기기 막을 수 있나

입력
2021.01.20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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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경기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의 정인양 묘지가 눈으로 덮여 있다. 양평=연합뉴스

지난 18일 경기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의 정인양 묘지가 눈으로 덮여 있다. 양평=연합뉴스


정인양 학대 사망 사건의 슬픔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19일 '아동학대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신고와 출동이 이뤄지는 사건 초기 단계 대응 능력 강화와 아동보호 유관 기관들의 협력을 견고히 하는 것이 큰 줄기다. 구체적으로 현장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경찰은 학대예방경찰관(APO)의 사회복지학 학위 취득 등을 지원하고, 아동학대전담 공무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입양 전 위탁제도’도 입법화하기로 했다. 제대로만 된다면 유관기관들의 학대 예방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정책 방향이다.

문제는 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를 막을 근본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날 정부는 정인양 사건의 문제점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사건을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경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수사를 의뢰했을 때에만 수사에 착수한 점을 지적했다. 전문성이 부족한 경찰과 책임성이 약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불협화음이 정인양의 비극을 낳은 셈이다.

정부가 학대 여부를 판단할 때 시군구 공무원들끼리 진행하고 있는 현재의 사례회의를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더해 의료인과 법조인 등 외부인사들까지 결합된 통합사례회의로 변경키로 한 것은 이런 이유다. 하지만 이는 판단의 전문성을 높여 주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책임을 서로 전가하는 절차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속도감 있는 대응을 방해할 가능성도 있다. 사건의 각 단계에서 유관기관들이 책임감 있게 자기 역할을 다하고 유기적으로 협력하도록 할 유인책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학대 피해를 초기에 막을 수 있는 피해자의 보호시설 인도, 가해자 분리 같은 응급조치의 주체가 경찰과 시군구로 이원화돼 있는 점도 현장의 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대책이 없어서 학대를 못막는 것은 아니다’ 싶을 정도로 다양한 대안이 제시됐지만 정부가 필요한 추가 예산과 인력 규모를 밝히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 인력과 예산의 뒷받침 없는 대책 강화는 현장의 피로도만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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