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집행유예 취소 재판
지지자들 23일 항의 시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고국 땅을 밟자마자 체포된 데 이어 또 다시 하루 만에 30일 구속 처분을 받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러시아 교정당국은 29일로 예정된 재판이 열릴 때까지 나발니가 구금돼 있어야 한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다음달 15일까지 30일 간 구속하라고 판결했다. 나발니에 대한 심리는 그가 구금돼 있던 경찰서에서 긴급 재판 형식으로 열렸다. 나발니는 법원 판결에 대해 “최고 수준의 무법”이라며 ”형사법을 갈기갈기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린 꼴”이라고 비판했다.
나발니는 2014년 프랑스 화장품 회사의 러시아 지사 등으로부터 3,100만루블(약5억9,00만원)을 불법 취득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나발리는 정치적 기소라 주장하며 집행을 거부해 왔다. 이에 교정당국은 나발니가 집행유예 의무를 위반했다며 법원에 집행유예 취소 소송을 제기, 29일 재판이 열린다.
나발니 지지자들은 23일 러시아 전역에서 항의 시위를 열 예정이다. 나발니도 구금형을 받은 직후 촬영한 영상에서 “두려워하지 말고 거리로 나가라.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 자신과 당신의 미래를 위해서 나가라”고 독려했다.
나발니는 독일 베를린에서 독극물 테러 치료를 받고 전날 저녁 모스크바 외곽 셰레메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경찰은 입국심사대에서 그를 체포해 연행했다.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러시아 국내선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 테러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독일 베를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했다. 테러에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러시아는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러시아 정부를 일제히 규탄했다.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의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제이크 설리번은 “나발니 공격은 단순한 인권 침해가 아니라 그의 목소리를 듣길 원하는 러시아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즉시 석방을 촉구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나발니 체포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고, 다비드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은 나발니 석방을 요구하며 “나발니를 유럽의회에 초청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가브리엘리우스 란스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그가 풀려나지 않을 경우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와 힘을 합쳐 ‘발트 3국’이 EU에 러시아 제재를 요청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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