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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남인순, 끔찍하고 잔인... 의원직 내려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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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남인순, 끔찍하고 잔인... 의원직 내려놔야"

입력
2021.01.18 11:30
12면
0 0

김영순 여연 대표·임순영 젠더특보도 비난
피해자 가족도 "남인순 모르쇠·거짓말" 비판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 정보 유출 및 유포사태 긴급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 정보 유출 및 유포사태 긴급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남인순 의원님, 당신의 자리는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A씨가 박 전 시장 측에 피소 정황을 유출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사과와 사퇴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A씨는 18일 입장문을 내고 "남 의원은 피소사실과 피소예정사실이 다르다는 프레임을 만드려는 것 같은데, 피소사실보다 피소예정사실 누설이 더 끔찍하고 잔인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 의원이 유출 의혹과 관련해 "피소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유출한 바 없다. 구체적 내용이나 사건의 실체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어서 무슨 일이 있냐고 질문한 것이다"라고 해명한 내용을 비판한 셈이다.

그는 남 의원을 비롯해 함께 유출 의혹을 받는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도 지칭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 편에서 상처를 보듬어줘야 할 대표성을 지닌 세 명이 적극적으로 가해자를 보호함으로써 2차 가해 속에 저를 방치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원망스럽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남 의원은 피해호소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신조어를 만들어 제 명예를 훼손했고, 더욱 심각한 2차 가해가 벌어지도록 환경을 조성했다"며 "이제라도 진심으로 사과하고 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신의 자리는 여성과 인권의 대표성을 지닌 자리다. 당신은 지난해 7월, 그 가치를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의 가족들도 가세했다. A씨의 남동생은 "남 의원을 비롯한 김 대표, 임 특보로 인해 누나는 피해 사실을 증명하고 가해자의 사과를 받을 기회조차 잃게 됐다"며 "남 의원은 (피소 정황 유출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무슨 일 있느냐고 묻기만 했다'며 결백하다는 듯이 말했다"고 꼬집었다.

A씨 어머니는 "여성 인권을 위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있어서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과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사건 당일 박 전 시장에게 사실을 전달한 남 의원, 김 대표, 임 특보는 피해자로 하여금 사실을 확인할 길조차 차단해 버린 원흉들이다"라고 질타했다.

A씨 아버지 역시 "남 의원은 여성단체 활동을 해서 3선 국회의원이 된 사람인데, 이 사건에 대해 모르쇠와 거짓말을 하면서도 국회의원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달 30일 피소사실 유출 의혹과 관련한 고발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피해자 측으로부터 공동 대응을 제안받은 김영순 상임대표가 남 의원에게 피해자 측의 고소 움직임을 전달했고, 남 의원이 이를 가해자 측인 임 특보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입장 전문

남인순 의원님, '그날의 잘못'에 책임지는 행동을 촉구합니다.

검찰 조사 결과 여전히 의문은 남아있습니다. 7월 당시 임순영 젠더특보의 '복수의 경로로 들었다'는 말이 소명되기 부족한 조사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남인순, 김영순, 임순영 세 사람에 의해 7월의 참담함이 발생했고, 오늘까지 그 괴로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상황에 책임지는 행동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세 분의 잘못된 행동의 피해자는 저뿐만이 아닙니다. 여성운동과 인권운동에 헌신하며 인생을 바치는 사람들에게 충격이 되었고, 의지할 곳 없이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았던 저와 같이 연약한 피해자들에게 두려움과 공포가 되었을 것입니다.

고소장을 접수하기도 전에 상대방에게 고소 사실이 알려질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생각해도 너무 끔찍합니다. 남인순 의원께서는 피소사실과 피소예정사실이 다르다는 프레임을 만드시려는 것 같은데, 피소사실보다 피소예정사실의 누설이 더 끔찍하고 잔인하며, 대한민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더 크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피해자가 10시간 조사를 받는 중에 피의자 쪽에서는 대책 회의를 통해 이미 모든 상황을 논의하고 그로부터 하루가 지나지 않아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계획대로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법적인 절차를 밟아 잘못된 행위에 대한 사과를 받고, 상대방을 용서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 모든 기회를, 세 분이 박탈했습니다.

저는 이번 조사에서도 가명으로 모든 절차를 밟았습니다. 그런데 고소장을 접수하기도 전에 4월 사건의 피해자라는 신원이 특정되었고, 대책 회의를 통해 내부 직원들이 이 사실에 대해 이미 알게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이곳이 진정 법치국가입니까? 저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한 것이 맞습니까? 여성과 약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겠다고 앞장선 사람들의 안중에 저는 없었습니까?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의 편에서 상처를 보듬어줘야 할 대표성을 지닌 세 분이 함구하고 적극적으로 가해자를 보호함으로써 2차가해 속에 저를 방치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원망스럽습니다. 6개월이라는 시간동안 기회는 많았습니다. 무자비한 2차가해 속에 양심선언을 하면서 저를 지켜줄 수 있는 방법과 시간이 충분했습니다. 남인순 의원님은 '피해호소인'이라는 말도 안되는 신조어를 만들어 저의 명예를 훼손시켰고, 더욱 심각한 2차가해가 벌어지도록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이제라도 본인이 알고 있던 사실에 대해 은페했던 잘못을 인정하고, 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의원직을 내려놓으십시오. 당신의 자리는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여성"과 "인권"의 대표성을 지닌 자리입니다. 당신은 작년 7월, 그 가치를 포기했습니다.

국회의원은 자기 진영을 보호하기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국민의 대표로 국민을 대변하는 자리입니다. 당신의 지난 인생 전체를 부정하는 행동을 이제 그만 멈추시길 바랍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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