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행 비행기 탑승하며 "매우 기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1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러시아로 출발했다.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져 독일에서 치료를 받은 지 5개월여 만이다. 러시아 당국이 입국 시 즉각 체포를 경고했으나 나발니는 귀국을 택했다.
나발니는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면서 "매우 기쁘다.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도착하자마자 체포될 수 있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는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나. 나는 어떤 잘못도 없고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모든 권리를 가진 러시아 시민"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야권 지도자인 나발니는 지난해 8월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혼수상태에 빠진 그는 독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했다. 독일 정부는 이번 사건에 과거 소련이 개발한 '노비촉' 계열의 화학 신경작용제가 사용됐다고 발표했다. 이후 푸틴 정권의 암살 시도 의혹이 불거졌고 러시아 정부는 강력히 부인했다.
암살 시도 의혹이 잦아들지 않자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부금 유용 등 사기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착수한 데 이어 이달 14에는 귀국 시 곧바로 체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나발니가 집행유예 판결에 따라 소재지를 명확히 밝혀야 하는 의무 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수배 대상자 명단에 올랐다는 이유다. 나발니는 2014년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집행유예 상태다. 해당 유죄 판결 관련 유럽인권재판소는 불법적인 사법 행위로 판단했다.
나발니는 이날 오후 7시 20분 모스크바 브누코보 공항에 착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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