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여덟 살 딸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40대 친모가 구속된 가운데 모녀와 따로 떨어져 살던 친부가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10시쯤 인천 연수구 아파트 단지에서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사실혼 관계인 B(44)씨로부터 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딸의 친모인 B씨는 이날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지난 8일쯤 인천 미추홀구 문학동 주택에서 딸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지법 윤소희 영장 당직판사는 이날 오후 B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후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B씨는 이날 오후 1시 40분쯤 왼쪽 발목에 붕대를 감고 휠체어를 탄 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나타났지만 "혐의를 인정 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B씨는 딸의 시신을 일주일간 방치했다가 지난 15일 오후 3시 37분쯤 "딸이 죽었다"고 119에 신고했다. 딸의 시신은 집 안에서 부패된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B씨가 119에 신고한 이후 A씨에게도 연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B씨는 119 신고 후 화장실 바닥에 이불과 옷가지를 모아놓고 불을 지른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전날 퇴원해 경찰에 긴급 체포된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고 때문에 딸을 살해했고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별다른 직업이 없는 기초생활수급자인 B씨는 A씨와 함께 살다가 6개월 전 헤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2013년 살해된 딸을 출산했으나 B씨가 전 남편과 이혼을 하지 않아 출생신고를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딸은 출생신고가 안 돼 어린이집은 물론 학교에도 가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숨진 딸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고, 18일 오전 진행될 예정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