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정치 경계하는 중도성향 지도자
여당 지지율 압도적, 차기 총리 1순위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가 16일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CDU) 대표에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총리가 선출됐다. 기민당의 압도적 지지율에 새 대표가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의 충성파인 점을 고려하면 16년간 이어진 실용정책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진행된 기민당 대표 2차 선거에서 라셰트 후보는 과반인 521표를 얻어 상대 후보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원내대표(466표)를 꺾고 승리했다. 1차 선거 결과를 뒤집은 역전극이었다. 1차 선거에서는 한때 메르켈 총리의 라이벌이었던 메르츠 후보(385표)가 라셰트 후보(380표) 및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하원 외교위원장(224표)을 앞섰다. 하지만 득표가 과반에 미달해 1,2위 후보간 재선거가 열렸고, 결국 라셰트 후보가 당 대표에 등극했다.
라셰트 신임 대표는 승리 연설에서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더 중요한 선거가 우리 앞에 있다”면서 집권 여당 대표로서 총리직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라셰트의 대표 선출은 좌우를 넘나들었던 메르켈식 실용주의 국정운영의 연장을 의미한다. 메르켈 총리가 수십만명의 난민과 망명 신청자들을 받아들이기로 해 당내에서 강한 반발에 부딪혔던 2015년 유럽 난민 위기 당시에도 라셰트는 메르켈 편에 섰던 인물이다. 사회적 결속과 사회적 시장경제 이념을 앞세운 그는 스스로도 “냉철한 접근을 표방하고 극단적 정치적 입장은 피한다”고 평가했다.
오는 9월 총선에서 기민ㆍ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승리하면 라셰트는 16년째 집권 중인 메르켈에 이어 새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기민당의 정당 지지율은 35∼37%로 사회민주당(SPD)이나 녹색당, 좌파당 등 야권보다 훨씬 높다. 다만 대중적 인기가 많은 마르쿠스 죄더 CSU 대표 등 연합 내 다른 인사가 총리 후보로 나설 여지도 있다. 현재 라셰트 대표와 동맹 관계인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도 최근 지지도가 급상승하면서 잠룡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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