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없으면 이분들 못 살려" 집단감염 병원 달려간 소방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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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없으면 이분들 못 살려" 집단감염 병원 달려간 소방관들

입력
2021.01.15 04:30
수정
2021.01.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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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소방서 금가현 구급대원?
소방관 9명 함께 코로나 중증 환자 돌봐?
"코로나 최전선은 전쟁터, 의료진에 감사"

소방대원들이 집단감염이 발생한 고양 요양병원 중환자실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금가현 소방관 제공

“내가 가야지… 나는 소방관… 국민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

경기 남양주소방서 가운119안전센터 구급대원 금가현(28) 소방관은 되뇌고 되뇌었다. ‘전선’ 투입 날짜가 다가오자 밀려드는 감염의 공포를 떨치기 위해서였다. 자원한 일이지만 막상 닥치니 무서웠다.

내부 선발공고가 뜬지 3일만이던 지난달 23일. 금 소방관은 9명의 경기 소방관과 함께 고양 미소아침요양병원 중환자실로 배치됐다. 간호사 면허와 1급 응급구조사 자격을 갖춘 전문 요원이었지만, 집단감염 현장은 만만치 않았다. 그는 “신종 코로나 3차 대유행이 극에 달하던 때로 이 병원 누적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서고, 사망자(관련 누적 9명)가 발생한 곳이었다”며 “전쟁터나 다름없었다”고 회상했다. 금 소방관은 간호사 면허 소지자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병원은 중환자실 전담간호사 3명이 열흘간 하루 20시간의 고강도 근무를 견디다 못해 쓰러져 실려 나간 곳. 일부는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으로 이송됐다. 간호 인력이 아예 없는 공백상태였다.

60대 이상 고령의 확진자 17명이 중환자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일반병실에서 양성판정을 받고 옮겨진 환자들로, 의식이 없는 중환자부터 치매 환자 등 다양했다. 그는 “환자 상태가 모두 심각했다”며 “투입 첫날 근무조를 짤 틈도 없이 바로 환자 곁으로 붙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근무는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돌아가는 근무는 위급상황이 속출하는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었다. 극저혈당에 빠지거나 환자가 호흡곤란 증세로 의식을 잃으면 응급조치로 되살려내는 게 일이었다. “우리가 손을 놓으면 이분들 모두 돌아가신다.” 환자 하나하나에 혼신의 정성을 쏟았다. 투약, 약물주입 등 기본 처치부터 활력징후 등 1시간마다 환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일도 그들의 몫이었다. 금 소방관은 “이 와중에 다른 일반 병실에서도 확진자가 계속 나왔지만 추가적으로 돌보지 못했다"라고 아쉬워했다.

1급 응급구조사 소방관은 환자 식사 보조 등의 업무를 전담했다.

시간이 가면서 상황은 악화했다. 중환자실에 근무하던 간병사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상태가 악화했다. 확진자가 확진자를 돌봤지만, 결국 그들이 밖으로 격리돼 나가면서 대원들은 환자 식사보조, 대소변 받아내는 일까지 해야 했다. 금 소방관은 “우리가 지키는 환자가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중압감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며 “감염 공포가 생길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전담 치료병상이 생기는 대로 환자들은 중환자실을 빠져나갔다. 투입 12일째 되던 지난 3일을 끝으로 17명의 환자 모두 불상사 없이 전문병원으로 이송하고서야 피로가 몰려왔다. 그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고, 방호복을 입고 보내는 12시간 동안 피부 곳곳이 부풀어 올랐다”며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린 동료들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임무를 완수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면 편할 줄 알았던 금 소방관이지만, 그렇지 않다. 그는 “일반 병실에 남아 있던 나이 많은 확진 환자들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가족 안위보다는 그 환자들에게 전력을 쏟던 의료진들을 생각하면 먼저 나온 게 미안하다”고 했다. 금 소방관을 포함한 대원들은 전원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아 지난 10일 원래 근무지로 복귀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 고양 요양병원 내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돌본 금가현 구급대원. 그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이기에 병원으로 향했다”라고 자원 이유를 밝혔다. 본인 제공


고양 요양병원 파견 근무를 마치고 10일 원래 근무지로 복귀한 금가현 구급대원. 본인 제공


집단감염이 발생한 요양병원 ㅈ중환자실에서 환자에게 투약을 준비중인 소방대원들, 금가현 소방관 제공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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