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사라진 제주 카지노 145억 “눈 뜨고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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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사라진 제주 카지노 145억 “눈 뜨고 당했다”

입력
2021.01.14 13:30
수정
2021.01.1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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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통 같은 보안규정 속 금고 출입
비닐로 포장된 5만원 신권 빼돌려
범행 주도 50대 여성 출국 연락두절 
경찰, 중국 남성 등 공범 2명 추적

제주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 입구 전경. 김영헌 기자

제주신화월드복합리조트 내 랜딩카지노 금고에 있던 145억원 증발 사건은 영화의 한 장면보다 더 영화 같은 수법이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철통 같은 카지노 보안규정을 준수하면서도 내부 직원들도 곧바로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반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주범인 말레이시아 국적의 50대 여성이 거액을 빼돌리는 것을 도운 공범 2명을 특정해 추적하고 있다.

14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랜딩카지노 본사인 홍콩 랜딩인터내셔널 자금을 관리하던 말레이시아 국적의 임원 A(55)씨가 카지노 고객금고에서 보관 중이던 본사 자금 145억6,000만원을 빼돌렸다.

경찰에 따르면 카지노 고객금고를 열기 위해선 고객과 회사가 각각 보유한 열쇠 2개가 동시에 있어야 한다. 또 보안 때문에 금고 내 출입 과정도 매우 까다롭다. 하지만 A씨는 보안 규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145억원이라는 거액을 아무런 제지 없이 빼돌렸다. 카지노 측이 돈이 사라진 사실을 A씨가 해외로 출국해 잠적한 이후에야 알아차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A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된 카지노 고객금고 3, 4개에 사라진 본사 자금 145억원을 보관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강제수사를 통해 같은 금고실에서 A씨의 금고가 아닌 공범으로 추정되는 고객 명의의 금고에서 81억5,000만원을 찾아냈고, 이 돈이 사라진 돈의 일부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확보한 현금의 일련번호를 대조하고 있다. 발견된 돈은 모두 한화 5만원 신권이다.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비닐로 포장된 채 였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제주 시내 모처에서 40여억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모두 120여억원을 회수했다. 역시 사라진 145억원과의 관련성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A씨를 도와 돈을 빼돌린 혐의(횡령 등)로 중국 국적의 30대 남성 등 공범 2명을 특정해 추적 중이다. 중국인 남성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30대 남성은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돼, 경찰이 조만간 신병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A씨는 2018년 2월 제주신화월드 개장 당시 홍콩 본사에서 임원급 인사로 파견됐다. 신화월드 복합리조트 사업을 추진한 중국 란딩그룹 양즈후의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A씨는 지난해 연말 휴가를 떠난 후 현재까지 연락두절 상태다. 경찰은 중동 지역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진 A씨를 추적하고 있다.

앞서 랜딩카지노를 운영하는 람정엔터테인먼트는 지난 4일 카지노에 보관 중이던 현금 145억6,000만원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하고, A씨를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람정엔터테인먼트 본사인 란딩인터내셔널도 지난 5일 “1월 4일 145억6,000만원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자금 담당 직원을 찾고 있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공시했다. 람정엔터테인먼트 측은 또 사라진 돈이 랜딩카지노 운영자금이 아닌 본사인 란딩인터내셔널 자금으로, 카지노 운영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정확한 자금 출처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범행 수법은 밝히기 어렵다"며 "사라진 돈 확보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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