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동네 전문가 '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 외로운 노인들과 온정 나눈다

입력
2021.01.18 07:00
19면
0 0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 1만여명
매일 홀몸노인 방문해 건강·안전 확인
자식들에게 안부 전달·'기부 계단' 활동도

지난해 3월 전덕순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가 홀몸노인 돌봄활동으로 만난 노인에게 유제품을 전달한 뒤 손을 꼭 잡고 대화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제공

지난해 3월 전덕순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가 홀몸노인 돌봄활동으로 만난 노인에게 유제품을 전달한 뒤 손을 꼭 잡고 대화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제공

지난해 12월 문영자씨는 여느 때처럼 하루 일과로 방문했던 집에서 쓰러져 있는 노인을 발견했다. 문씨의 119 신고로 노인은 무사히 구조됐다. 이 노인은 배우자나 자녀 없이 쓸쓸히 노년을 보내는 홀몸노인이었다.

문씨의 직업은 사회복지사나 노인돌보미가 아니다. 노란색 복장으로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야쿠르트 등 유제품을 배달하는 한국야쿠르트의 '프레시 매니저'다.

문씨는 전남 벌교천 일대에서 전동카트를 끌고 배달을 다닌다. 평소에도 고객과 유대관계가 깊었던 문씨는 고객 중 홀로 사는 노인들이 거실 문턱을 넘는 것조차 힘들까 봐 제품을 집 안까지 갖고 들어가 전달하곤 했다. 집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주방에 쓰러진 홀몸노인을 문씨가 때마침 찾아가 구조할 수 있었던 이유다.

홀몸노인과 정을 나누고 있는 프레시 매니저는 문씨 뿐이 아니다. 서울 관악구에서 혼자 살고 있는 최복례씨에게도 "내 배 아파 낳진 않았지만 내 딸이나 다름없다"는 전덕순 프레시 매니저가 있다. 전 매니저가 최씨 집을 매일 찾은 세월이 벌써 17년이다. 지난해부터 다리 건강이 악화돼 외출이 힘들어진 최씨는 "긴 세월 동안 전 매니저가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와 말벗이 돼주니 가족처럼 의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네 곳곳에 스며든 노인 돌봄 활동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127만5,000명이었던 홀몸노인 수는 2017년 134만6,000명, 2018년 143만1,000명, 2019년 150만명으로 매년 7만명 이상 가파르게 늘고 있다. 노인 고독사도 사회적 문제가 됐다. 65세 이상 무연고 사망자는 2016년 735명에서 2019년 1,145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3월 정부의 '고독사 예방법(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기 26년 전인 1994년 한국야쿠르트는 회사의 특별한 사업모델과 홀몸노인 문제를 연결 짓기 시작했다. 다른 일반 배달기사와 달리 전국 곳곳에서 사람들과 맞닿아 지내고 '동네 돌아가는 일'에 환한 프레시 매니저라면 정기적으로 홀몸노인의 건강과 안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1970년대 후반 도보로 야쿠르트를 배달하던 여성(왼쪽)과 냉장 전동카트를 타고 달리는 요즘의 모습. 한국야쿠르트 제공

1970년대 후반 도보로 야쿠르트를 배달하던 여성(왼쪽)과 냉장 전동카트를 타고 달리는 요즘의 모습. 한국야쿠르트 제공

그렇게 서울 광진구청과 손잡고 1,104명의 홀몸노인을 대상으로 한국야쿠르트의 사회공헌이 시작됐다. 이제는 1만1,000여명의 프레시 매니저가 노인 3만여명의 집을 찾는다. 한 해 한국야쿠르트가 이 사회공헌에 배정하는 예산은 30억원에 달한다.

홀몸노인 돌봄활동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지역과 밀착한 프레시 매니저다. 사회복지사나 자원봉사자 등 한정된 인력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지방자치단체의 러브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8년 7월부터는 국민연금공단과 협약을 맺어 홀몸노인 1,100명에게 건강음료를 주 5개씩 전달하는 일도 프레시 매니저가 맡고 있다.

김현미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장은 "프레시 매니저는 매일 홀몸 어르신들을 방문하고 살펴줘 고독사 예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홀몸 어르신 지원책을 고심하는 지자체가 활용하기에 훌륭한 조직의 예"라고 평가했다.

"부모님 안부도 대신 물어드립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새로운 캠페인도 시작했다. '효(孝)사랑 안부 캠페인'이란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시대에 어울리는 특별한 효도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녀와 떨어져 지내는 부모님에게 건강 제품과 마음을 같이 전하는 것이 캠페인 목적이다. 자녀가 신청을 하면 프레시 매니저가 부모님에게 건강 관련 제품을 전달해주고 동시에 건강 등 안부를 확인한 뒤 자녀에게 문자로 알려준다. 코로나19 탓에 명절 때도 고향 방문이 어려워지자 부모님 안부를 걱정하는 고객 의견을 십분 반영한 캠페인이다.

지난해 3월 시작한 효사랑 안부 캠페인 이용 고객 수는 매월 두 자릿수 넘게 증가하고 있고, 40대가 가장 많이 이용한다. 효사랑 캠페인 참여자인 김용현씨는 "코로나19로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게 효도일 만큼 왕래가 줄어든 게 현실이다"면서 "프레시 매니저를 통해 꾸준히 부모님 건강을 확인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기부 계단' 2,000만원 달성

생활 속에서 누구나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기부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한국야쿠르트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회공헌사업이다.

2014년 한국야쿠르트는 국내에서 최초로 '기부하는 건강계단'을 만들었다. 서울시청 시민청에 설치된 계단을 오를 때마다 기부금이 쌓이는 전에 없던 기부 방식이다. 계단 이용자 1명당 10원씩 한국야쿠르트가 적립금을 기부한다. 2019년에는 200만명이 이용해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말 2,000만원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청에서 정남숙(왼쪽) 서울시 건강증진과장과 김준걸 한국야쿠르트 고객중심팀장이 '기부하는 건강계단'으로 모아진 후원금 전달식을 갖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제공

지난해 12월 서울시청에서 정남숙(왼쪽) 서울시 건강증진과장과 김준걸 한국야쿠르트 고객중심팀장이 '기부하는 건강계단'으로 모아진 후원금 전달식을 갖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제공

기부하는 건강계단에 발을 내디딜 때마다 가야금 소리가 울리고 조명에 빛이 들어와 이색적이라는 호응이 높아 한국야쿠르트는 2015년 서울 고속터미널역에 2호 건강계단을 추가로 설치했다. 이후 여러 기관과 기업의 참여가 늘어 현재 서울 내 총 16개 지역에서 기부하는 건강계단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서 모인 기부금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홀몸노인을 위해 사용된다.

지난해 말까지 기부하는 건강계단 누적 이용자 수는 500만명, 이들이 밟은 계단 수는 1억9,600만 칸에 이른다. 높이로 환산하면 3만9,200㎞다. 이는 에베레스트산을 2,000번 이상 오르내리는 거리에 해당한다.

김준걸 한국야쿠르트 고객중심팀장은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기부문화 조성에 기여하고자 기부하는 건강계단을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건강한 습관의 중요성과 나눔의 기쁨을 전달하는 참여형 사회공헌활동을 계속 펼치겠다"고 밝혔다.

한국야쿠르트 CI

한국야쿠르트 CI


맹하경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