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의 눈으로 본 2021 산업]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대표주'로 꼽히는 셀트리온 주가는 14일 전날보다 7.6% 급락했다. 코로나19 사태의 '게임체인저'로 기대를 모았던 항체치료제(렉키로나주)의 임상 2상 결과를 전날 발표했음에도, 이 신약이 향후 셀트리온 실적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주가를 내리눌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열띤 기대감과 관심 속에 한해 내내 롤러코스터를 탔던 제약·바이오업계는 올해도 비슷한 분위기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뜨거운 환호가 언제든 차가운 냉소로 바뀔 수 있는만큼 투자자도 한층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코로나 뉴스에 요동치는 주가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약·바이오 업체 주가는 역대급으로 요동쳤다. 지난달에는 매출액 1조원 가량인 셀트리온이 연매출 105조원의 현대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5위까지 올랐을 정도다.
신풍제약은 말라리아치료제 ‘피라맥스’의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지난해 주가 상승률이 1,600%를 기록해 투기 우려를 낳았다. 항암면역치료제 개발사인 박셀바이오는 1,367% 상승했고,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이거나 자사 제품이 치료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진 대웅제약이 166%, 명문제약도 44% 상승했다.
하지만 대부분 관련주들은 치료제 소식에 따라 주가가 요동을 치다가 차익 실현을 위한 매물이 나오면서 연말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근거 없는 소식에도 단순 기대감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올해는 치료제의 실질적 효과, 사실을 기반으로 성과가 있는 종목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전, 신약개발 장단점 잘 따져봐야"
전문가들은 올해 신약개발 과정을 주목하라고 권한다.
통상 제약업체가 후보물질을 발굴해 임상3상에 이르기까지는 평균 10년이 걸린다. 후보물질 5,000~1만개 중 단 1~2개만 신약으로 탄생할 만큼 성공확률도 낮다. SK바이오팜이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정)는 개발 착수부터 무려 18년이 걸렸다.
반면 최근 각광 받는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기간은 기존 신약들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기간을 당긴만큼 위험성도 잠재해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기대감은 여전하다. 메리츠증권은 2021년 제약바이오분야 전망 보고서를 통해 백신과 치료제 관련 종목 성장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백신이 나와도 단기간 많은 양의 접종이 불가하고,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할 위험 때문에 치료제는 반드시 필요해 상승세를 그릴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대감이 반드시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 주가는 지난해 11월 미 FDA에 코로나 백신을 긴급사용승인 신청한 당일 7.7% 급등했을 뿐 이후에는 내림세를 보였다. 서둘러 만든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데다, 백신의 공공재 성격이 부각되면서 가격이 마냥 높게 형성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 계산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 및 품목 허가 과정에서 기대에 상응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으므로 투자 위험을 고려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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