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라는 말이 영화계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하루 전국 극장 관객수가 1만여명 수준으로 추락하며 영화계가 역대 최악의 기근을 겪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감소세와 백신 도입에 따른 시장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 이후 개봉이 막힌 국내 대작 영화들도 이르면 여름부터 극장가를 찾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17일 영화계에 따르면 올 설 극장가에선 제작비 100억원대의 대작 한국영화를 만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수도권 기준, 비수도권은 2단계)가 한달 이상 이어지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설 연휴에 맞춰 개봉을 확정한 한국영화는 이날까지 김향기 류현경 주연의 ‘아이’ 한 편뿐이다. 대작은 아니더라도 중소 규모의 영화들이 극장가를 채웠던 지난해 추석과는 대조적이다.
시장 회복이 불투명한 건 상반기도 마찬가지다. 영화 투자ㆍ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의 전성곤 홍보팀장은 “현재로선 설 연휴에 대작 영화를 선보이기 어려울 듯하다”면서 “여름 성수기 역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고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크게 줄어들 경우 이르면 여름부터 한국영화 화제작들이 개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배급사 관계자들은 관망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대작 영화 개봉이 대부분 밀리면서 올해 한국영화 라인업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 CJ는 지난해 개봉할 예정이었던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과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공유 박보검 주연의 SF ‘서복’(감독 이용주)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주연 김윤석 조인성) 개봉 시기를 놓고 고민 중이다. 1990년 소말리아 내전 때 고립된 남북한 대사관 공관원들의 목숨 건 탈출 실화를 담은 영화다. 쇼박스는 차승원 주연의 재난 영화 ‘싱크홀’(감독 김지훈)을 올해 개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유명 감독들의 영화는 줄을 잇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탕웨이 박해일 등과 찍은 5년 만의 신작 ‘헤어질 결심’을, 최동훈 감독은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주연의 ‘외계인’을 준비 중이다. ‘독전’의 이해영 감독은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과 함께 액션 영화 ‘유령’을 촬영 중이고, '신과 함께'의 김용화 감독은 SF ‘더 문’을 찍는다. 모두 CJ엔터테인먼트 배급작이다. 이 중 일부는 내년 이후에 개봉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는 2014년 흥행작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속편인 ‘해적: 도깨비 깃발’을 비롯해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연출한 ‘한산: 용의 출현’, 강제규 감독과 하정우 임시완이 만난 스포츠 드라마 ‘보스턴 1947’ 등을 준비 중이다. ‘관상’ ‘더 킹’의 한재림 감독은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주연의 재난 영화 ‘비상선언’(쇼박스 배급)을 올해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약전이 ‘자산어보’를 집필하는 과정을 다룬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배급),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편인 ‘노량’(김한민 감독ㆍ에이스메이커 배급) 등도 관심을 모으는 작품들이다.
문제는 상반기에는 이 같은 대작 영화들이 개봉할 가능성이 낮아 여름 휴가철이나 추석 연휴, 연말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국내 코로나19 집단면역 형성 목표 시기를 11월로 잡은 만큼 최고 기대작들이 연말에 집중될 수도 있다. 이병헌 김윤석 설경구 등 2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도 다수여서 개봉 시점을 둘러싼 배급사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일부 영화들은 넷플릭스로 직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용 감독과 아내 탕웨이가 '만추' 이후 다시 의기투합한 '원더랜드'는 넷플릭스행을 놓고 현재 논의 중이다.
류진아 롯데엔터테인먼트 홍보팀장은 “현재로선 여름 시장도 불확실해 추석 연휴나 연말에 대작들이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올 하반기에는 배급사들이 영화 개봉 시기를 잡는 데 적잖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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