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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중앙은행 총재 "한국 내 자금 동결, 용납 못해" 비난

입력
2021.01.11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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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행 총재 "1년 6개월 전 회담, 한국이 지키지 않아"
이란 차관 "선박 나포와 동결 자금 문제는 별개" 선긋기

최종건(왼쪽) 외교부 1차관이 10일 이란 테헤란을 방문,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최종건(왼쪽) 외교부 1차관이 10일 이란 테헤란을 방문,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한국 화학물질 운반선 나포와 한국 내 이란 자금 동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란을 방문한 우리 정부 대표단에게 이란중앙은행 총재가 “한국이 이란의 자산을 동결한 것은 큰 실수이며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란 언론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 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은행들은 수년 간 이란의 자산을 동결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또 1년 6개월 전 한국 방문 중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가진 회담을 언급하면서 “한국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지만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자산 확보를 위한 법적 조치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동결 자금이 양국 관계에 큰 걸림돌이라고 표현한 헴마티 총재는 “한국이 곧 물러나는 미국 행정부의 압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행동할 것을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한국의 은행 두 곳(우리은행ㆍ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명의 원화 계좌에는 70억달러(약 7조8,000억원)에 달하는 이란 석유 수출대금이 예치돼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18년 5월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대상에 올리면서 이 계좌의 운용도 중단됐다. 이란은 이 자금으로 의약품과 의료기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입을 요청하고 있다.

현재 이란에는 한국 국적 화학물질 운반선 ‘한국 케미’ 호가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의해 억류돼 있다. 한국인 5명, 미얀마인 11명, 베트남인 2명, 인도네시아인 2명 등 모두 20명이 탑승해 있다. 이란은 선박 나포 문제와 동결 자금 해제 문제는 별개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전날 최 차관과 회담을 가진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도 선박 압류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한국 측 요청에 “전적으로 기술적 문제와 환경 오염 문제”라고 못박았다. 이어서 “한국이 이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아야 한다”며 “사법부의 법적 절차를 통해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도 했다. 기존 입장만을 되풀이한 것이다.

또 아락치 차관은 동결자금 해제를 거듭 요구했다. 그는 “한국에 이란의 외환자금이 묶여 있는 것은 미국의 부당한 제재보다는 한국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이 문제가 해결돼야만 양국 관계 발전이 의미 있을 것”라고 강조했다.

12일까지 테헤란에 머무는 최 차관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도 예방한다. 이란 최고지도자실 고위 관계자도 별도로 접촉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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