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고 호소하던 구치소의 그들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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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라"고 호소하던 구치소의 그들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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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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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 수용자에 대한 편견와 오해

8일 오후 서울동부구치소 종합민원실 입구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폐쇄됐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7일 서울동부구치소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감염이 확인된 이후 12일 현재까지 파악된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는 총 1,196명입니다. 단일시설 집단 감염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데요.

동부구치소 관련 사망자 역시 지난달 27일 '굿모닝시티 분양 사기' 주범 윤창열씨가 확진 판정을 받고 외부시설에서 치료 중 사망한 데 이어, 7일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로 치료받던 70대 남성 1명이 사망하면서 2명으로 늘었습니다.


절박한 호소에 "죗값"이라던 사람들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확진자 750여명이 발생한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지난달 29일 한 수용자가 '살려주세요. 질병관리본부 지시 확진자 8명 수용'이라고 쓴 종이를 밖으로 보이고 있다. 서재훈 기자

집단 감염이 확산하던 당시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은 흰 종이에 "살려주세요", "확진자 한방에 8명씩 수용", "서신(편지) 외부발송 금지"라는 메시지를 적어 창밖 취재진에게 구치소 내부 열악한 상황을 전했습니다. 일부 수용자들은 수건과 두루마리 휴지를 흔들며 "살려달라"고 외치는 등 절박함을 호소했는데요.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의 목소리가 전해지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범죄자들 인권은 없는 건데 무슨 코로나가 무섭다고 살려달래(윤***)", "죄를 짓지 말아야지. 양심도 없네요(칼***)", "범죄자들은 그냥 그대로 있어라. 사회악들아"(3****), "죗값이다"(남*****)라며 수용자들을 향한 비아냥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교도소·구치소 수용자에 관해 다루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제35조는 "감염병의 발생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수용자에 대하여 예방접종·격리수용·이송,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죄를 지어 교정 시설에 수용됐다고 해서 생존권, 건강권 등 그 사람의 모든 권리를 박탈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인데요. '형집행법'의 목적 조항인 제1조에서도 "이 법은 수형자의 교정 교화와 건전한 사회 복귀를 도모"한다는 점을 짚고 있습니다.

4일 법무부에 '교정시설 내 수용자 집단감염에 대한 공개 질의서'를 보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천주교인권위원회는 "만델라규칙 등 국제인권기준은 수용자들에게 공동체에서 이용 가능한 것과 동일한 수준의 건강권을 보장받는다는 점을 명시하고, 감염병 상황에서 국가의 적극적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치소는 미결수가 머무는 곳...무죄 추정돼야

서울 동부구치소 수용자는 성별·연령·범수·죄명 등을 고려해 지정된 거실에서 생활하게 된다. 법무부 교정본부 홈페이지 캡처

"동부구치소 재소자가 2,000명 정도 되던데 범죄자들이라 골치 아프겠어요(뽐*****)", "백신 접종 우선 순위에 구치소가 포함될 건데, 초반에 부족할 수 있는 백신을 범죄자에게 먼저 맞게 해주는 건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을까요?"(a****)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식의 비아냥 외에도 '구치소 수용자=범죄자'로 취급해 비난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치소는 교도소와 달리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가 머무는 곳입니다. 그리고 미결 수용자는 '형집행법' 제79조에 따라 무죄 추정과 그에 합당한 처우를 받습니다. 재판 준비를 하고 있는 미결수용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인데요.


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종이에 쓴 글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내용은 '동부구치소 확진자들 좀 따뜻한 밥 좀 먹게 해주세요'라고 적혀있다. 뉴시스


우리 헌법은 형사피고인이라 할지라도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됨을 천명하고 있다. (...) 특히 미결구금자는 형사소송법상 무죄로 추정되는 가운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막강한 경찰 및 검찰과 맞서 자신을 방어하여야 할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에 대한 인권유린과 열악한 처우는 한쪽 선수를 묶어 놓고 권투시합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1991년 11월 7일 자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 또한 변호사로 활동하던 1991년 한겨레 신문에 ‘갈수록 악화되는 재소자 인권’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 "미결구금자가 신체의 자유 이상의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구치소에 미결수용자가 머무는 이유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동부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징역 18년이 확정된 뒤 청주여자교도소로 이감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렇다면 미결수용자는 왜 구치소에 머무는 걸까요? '형집행법' 제11조는 19세 이상 수형자·19세 미만 수형자·미결수용자·사형확정자의 '구분수용'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체포되거나 구속영장의 집행을 받아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람"인 미결수용자는 구치소에, "징역형, 금고형 또는 구류형의 선고를 받아 그 형이 확정되어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람과 벌금 또는 과료를 완납하지 아니하여 노역장 유치명령을 받아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람"인 수형자는 교도소에 각각 머물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국정농단’ 사건으로 동부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며 재판을 받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는 징역 18년이 확정된 뒤 청주여자교도소로 이감됐습니다.


1995년 11월 24일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의 5·18 특별법 제정 지시에 따라 긴급구속된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은 내란 수괴죄 등 6개의 항목으로 기소돼 노태우(盧泰宇) 전 대통령과 함께 심판을 받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모든 미결수용자가 구치소, 19세 이상 수형자가 교도소로 가는 건 아닙니다.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사례가 대표적인데요.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1995년 11월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후부터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 판결을 받고 같은 해 12월 특별사면될 때까지 서울구치소에 수용됐습니다.

1995년 12월 내란·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구속 때부터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같은 해 특별사면될 때까지 안양교도소에 수감됐습니다.

같은 법 제12조에 따라 미결수용자를 ▲관할 법원 및 검찰청 소재지에 구치소가 없는 때 ▲구치소의 수용 인원이 정원을 훨씬 초과하여 정상적인 운영이 곤란한 때 ▲범죄의 증거 인멸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거나 그 밖에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 교도소에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교도소에 수감돼야 할 수형자의 경우에도, 취사 등의 작업을 위해 필요하거나 그 밖에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구치소에 수용할 수 있습니다.


"구속 여부, 범죄의 중대성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여건에 좌우"

게티이미지뱅크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정도면 이미 범죄 혐의가 상당히 인정되고, 중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아니냐는 물음이 들 수 있습니다.

구속 자체가 피고인의 경제 활동이나 재판 준비를 어렵게 하고,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는 등 일종의 '처벌'로 기능하기 때문인데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판사는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에 따라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거나 ▲도망갈 우려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합니다.

추가로 제2항에서는 구속 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할 것을 규정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듯 범죄의 내용과 범죄 피해의 중대성이 구속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입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한국도시연구소는 '떠도는 사람들의 빈곤과 범죄 보고서'에서 구속 여부가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여건에 의해 좌우된다고 지적합니다.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1954년부터 구속 사유로 명시된 '주거부정(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때문인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영장 재판에서 주거부정은 "거리노숙뿐 아니라 쪽방, 고시원, 여관·여인숙, 일터의 일부 공간, 친척 집, 없거나 적은 보증금, 짧은 거주기간, 단절된 사회적 관계" 등으로 폭넓게 해석됩니다.

가벼운 벌금형 사건에서도 '일정한 주거가 없는' 피고인은 수사와 재판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구속되기 쉽습니다. 예컨대 5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에 해당하는 사건 피의자는 구속될 수 없지만, 주거부정인 피의자는 경미한 사건에서도 예외적으로 기소 전 구속이 가능합니다.

끔찍한 흉악범처럼 묘사되는 구치소 수용자 중 누군가는 가벼운 위법 행위에도 보증금 없는 방에서 산다는 이유로 구속된, 당신의 주변 사람일 수 있다는 얘기이죠.


벌금 납부 못해 구치소에 수감되는 경우도

벌금 낼 돈이 없어 복역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장발장은행' 앞으로 배달된 감사편지. 장발장은행 제공

구치소 수용자 중엔 벌금형을 받았지만 벌금을 낼 돈이 없어 노역을 선택한 이들도 있습니다.

구치소는 미결수가 많이 수용되기 때문에 1개월 이상 장기간 노역형을 집행할 작업장이 부족한데요. 이 때문에 장기 노역자는 전국 교도소에 분산 수용되고 대개 소액의 벌금을 내지 못한 이들이 구치소에 수감됩니다.

지난달 30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1,000만원 이하 벌금 수배자, 약 9만명에 대해 수배 해제를 긴급 지시한 것도 벌금 미납에 따라 노역으로 환형 돼 구치소에 새로 수용되는 인원을 줄이겠다는 취지이죠.

이른바 '환형 유치'는 벌금 미납에 상응하는 형벌을 교정시설에서 노역으로 대신하는 제도로, '형법' 제69조에 따라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한 자는 1일 이상 3년 이하, 노역장에 유치하여 작업에 복무하게 됩니다.



이은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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