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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오닉스의 오늘과 내일

입력
2021.01.12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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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베드퍼드 데이(Bedford Day)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시의 비영리 크라이오닉스 연구재단 극저온 인체 저장고. 위키피디아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시의 비영리 크라이오닉스 연구재단 극저온 인체 저장고. 위키피디아


인체 냉동보존 기술을 '크라이오닉스(cryonics)'라 한다. SF 영화나 소설속 성간 우주선 승무원들이 이용하는 냉동캡슐이 그 예다. 체온을 섭씨 영하 196도로 낮춰 에너지대사를 멎게 함으로써 세포조직을 보존 저장하는, 이를테면 곰의 동면 기능을 극한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 기술이 실용화하면 빛의 속도로도 수백, 수천년 넘게 가야 닿는 외계은하로도 이론적으론 갈 수 있게 된다. 생명 연장, 노화 지연에도 유용할 수 있다. 무의미한 시간 동안 하릴없이 늙기보다 몇 년 몇 십 년, 말 그대로 안식을 취하면 되는 셈이다.

크라이오닉스는 시신 냉동으로 실현됐다. 현대 의학 기술로 치유가 불가능한 질병으로 숨진 신체를 장기가 훼손되기 전에 급속 냉동해서, 소생 및 치유 기술이 더 발전한 미래의 어느 시점에 부활시키겠다는 기대가 이 기술을 현실화했다.

1967년 1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명예교수였던 73세의 제임스 베드퍼드(James Bedford)가 인류 최초로 '생명 연장학회(LES)'라는 단체의 도움으로 냉동인간이 됐다. 말기암 환자였던 그는 1호 냉동인간 자원자에 한해 무료 서비스를 해주겠다던 LES의 제안을 거부하는 대신 유산 중 10만 달러를 연구에 기부했다. 아내 등 유족은 그 프로그램에 응하는 것이 연구에 더 보탬이 되리라 여겼다. 그의 시신은 유족 뜻에 따라 애리조나주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의 이중진공 극저온 액체질소속에 지금도 잠겨 있다.

'냉동 미라'에 불과하다는 비판속에서도 크라이오닉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해왔다. 현재 300구 이상의 시신이 냉동 보존돼 있고, 희망자도 2014년 기준 1,500명에 달했다. 연구·서비스 업체도 미국과 러시아에 네 곳이 있다. 비용은 1인당 5만~20만달러 선으로 알려져 있다. 근년의 코로나 사태로 황망히 친지를 잃고 크라이오닉스를 떠올린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크라이오닉스 신봉자들은 최초의 '냉동인간' 베드퍼드 기일인 오늘을 '베드펌드 데이'라 부른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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